“전시실처럼 수장고도 열어젖힐 각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 개방과 협력 강조

입력 2016-03-31 21:18

개방과 협력. 이영훈(60·사진) 관장 체제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가려고 하는 방향이 나왔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 신임 관장은 31일 박물관 내 식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그동안의 인식을 불식하도록 힘을 기울이겠다”며 “전시실처럼 수장고도 열어젖히겠다는 각오”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수장고를 개방하겠다는 것은 이 관장이 말하는 개방이 꽤나 과감할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 관장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을 때 황남대총, 천마총 등의 전시를 하면서 수장고에 있는 유물을 찾아내 소개한 경험이 있다”면서 “국립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13개 소속 박물관의 수장고까지 열겠다는 각오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건 아니지만 고궁박물관의 경우처럼 수장고 자체를 개방하는 행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38만여점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또 다른 키워드인 협력에 대한 구상은 “특정 프로젝트에 한해 객원연구원을 도입하겠다” “중앙박물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13개 소속 박물관에 방점을 두겠다” 같은 말로 표현했다. 이 관장은 “열린 자세로 관련 기관, 학계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거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관계기관은 물론 공사립 박물관과 함께 가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둘러싼 상업전시 논란에 대해서는 “2014년 1월 프랑스 쪽에서 먼저 전시를 요청했고, 그해 3월 양측이 장식미술을 주제로 전시하기로 합의했었다”며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장식미술품을 보여주려다 보니 현대의 명품들이 전시목록에 들어갔고, 프랑스 명품업체 연합체인 콜베르재단이 참여하는 기획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영나 전 관장이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아 퇴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성격에 맞는 전시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답했다. 또 “상업적인 전시를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며 “전시를 할 때는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개최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주제나 전시목록을 일부 조정한 뒤 내년 봄 프랑스 장식미술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거의 10년 만에 중앙박물관에 오니 마치 본가나 친정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며 “30여년간 근무하다 보니 관장을 맡게 됐는데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큰 책임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만 34년을 근무한 유물·문화재 전문가로 박물관 내부 인사가 관장으로 발탁된 것은 10년 만이다. 1982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를 시작으로 청주박물관장, 부여박물관장, 전주박물관장,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했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