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경찰 아니고서야… 연행 중 피의자, 순찰차서 음독 사망

입력 2016-03-31 19:30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워 경찰에 연행되던 60대 남성이 순찰차 안에서 농약을 4차례나 마시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설날인 지난 2월 8일 오후 2시쯤 경남 밀양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쓰러져 있던 A씨(67)는 깨어나 술 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차량 근처에서 소란을 피웠다.

경찰은 A씨의 음주 측정이 용의치 않자 임의동행 형식으로 A씨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연행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를 순찰차에 태울 때 신체검사를 하지 않았고, 경찰관이 뒷자리에 동승해야 한다는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뒷좌석에는 A씨 혼자 태웠다. 경찰이 연행 중인 피의자 관리에 치명적인 허점을 보인 것이다.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경찰이 확인한 결과 순찰차 안에는 뚜껑이 열린 농약병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순찰차 안에서 농약을 마신 것으로 보고 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겼지만 며칠 뒤 숨졌다.

경찰은 A씨가 파출소로 연행되는 과정에서 농약을 4차례 나눠 마셨던 것으로 순찰차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다 언론 취재가 들어가자 농약을 4차례 걸쳐 마시는 장면이 담겨 있는 순찰차 블랙박스 존재를 뒤늦게 시인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 차에서 유서와 농약병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경찰이 출동하기 전 A씨가 이미 농약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A씨가 농약을 마신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독 음독자살로 결론 내리고 시신을 부검하지 않았다.

밀양경찰서는 지난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경찰관 1명은 감봉 1개월, 다른 1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순찰차 뒷자리에 경찰관이 같이 타지 않은 점을 피의자 관리소홀로 보고 징계했다”고 밝혔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