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주요 정당들이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린 그럴듯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포장과 달리 뜯어보면 급조돼 설익은 것이 적지 않고 더러 황당한 것들도 눈에 띈다. 여야의 공약대로라면 5년 내 11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판이다. 최대 현안인 청년실업에 여야 모두 다급하게 숟가락을 올린 것이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이번 총선에도 빠지지 않은 메뉴였고 급기야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통화정책까지 공약으로 내거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당들이 가장 강조한 공약은 경제 분야다. ‘시장 활성화’(새누리당), ‘경제민주화-청년 일자리 창출’(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국민의당) 등 슬로건은 다르지만 본질은 경제 살리기다.
문제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꼼꼼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새누리당 56조원, 더민주 147조4000억원, 국민의당 46조25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계됐다. 250조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이지만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지 않다. 새누리당은 ‘예산 자연증가분을 활용하겠다’ ‘불요불급한 부분을 줄이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밝히는 정도다. 더민주는 재정과 복지 개혁으로 5년간 86조8000억원, 비과세·감면 정비, 법인세 정상화 등 조세 개혁으로 68조8000억원을 만들겠다며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복지 개혁만 해도 갈수록 복지지출 수요가 급증하는데 ‘새는 곳을 막는 것’만으로 어떻게 수십조 원을 줄인다는 것인지 설득력이 약하다. 부자증세와 법인세율 인상 등은 방향은 맞지만 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확신할 수 없다.
재원 확보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공약 실행 가능성이 낮거나 아니면 대규모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전자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고, 후자는 국민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뒷감당하지 않고 남발하는 공약은 제도적으로 규율하는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능력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약 페이고(pay-go)’가 하루빨리 시행돼야 겠다. 페이고는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이나 정책은 의무적으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 제도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권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공약을 내뱉을 수 있도록 정치권이 스스로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올해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페이고 도입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사설] 여야의 총선 헛공약 ‘페이고’로 차단해야
입력 2016-03-31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