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송파병 지역구 3선에 도전한다. 선거사무소가 입주한 건물 외벽에는 예의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이 현수막에 가족들 얼굴을 동원해서 화제가 됐다. 아들인 유명 탤런트 송일국씨, 아버지인 김두한 전 의원, 그리고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까지 세 명의 얼굴을 본인 얼굴과 함께 내걸었다. 최근 인기 최고인 ‘삼둥이’ 손자들은 왜 빠졌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누구나 가족의 지원을 받는다. 가족의 후광이나 유명세로 당선되는 게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 의원이 국민 누구나 아는 가족의 얼굴을 선거 자원으로 활용하는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족들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생기는 논란 역시 피해갈 수 없다고 하겠다.
김두한은 사실 논쟁적인 인물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겐 ‘협객’ 이미지가 강하고, 일부에서는 이승만 비판과 국회 오물 투척 사건을 거론하며 민주투사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겐 ‘정치 깡패’라는 평가가 따라다니기도 한다.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 무력 정치사’는 미국의 젊은 정치학자가 정치권력과 폭력조직이 유착해 온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식민지 시기부터 광복 이후 좌우익 대결, 그리고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치권력들은 범죄와 폭력에 관여한 조직들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정치권의 사주를 받고 폭력과 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은 정치 깡패로 불렸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규모와 지향을 달리하는 청년 조직이 무수히 존재했지만 가장 악명 높은 파벌은 미래의 국회의원이자 잘 알려진 정치 깡패였던 김두한이 이끈 대한민청, 서북청년회, 그리고 미군정이 자금을 댄 조선민족청년단이었다.”
지난해 나온 ‘김두한 출세기’는 김두한 논란을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김두한은 참 묘한 존재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김두한의 생애와 관련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면서 ‘장군의 아들’ ‘항일주먹’ ‘민주투사’ 등 김두한 신화가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해 진위를 가려내고자 한다.
책에는 김두한이 관여한 정치적 테러가 상세하게 수록돼 있다. 김두한이 감찰부장을 맡았던 대한민청이 1946∼47년 개입한 테러 사건만 해도 중앙극장 폭파 사건, 철도파업 진압, 전평본부 습격, 민청 집회 장소인 삼각산 문수암 급습, 경성전기 파업 진압, 인천 조선기계제작소 파업 진압, 남로당 대회장 습격 등 목록이 길다.
역사저술가 김상구씨는 ‘김두한 출세기’에서 김두한이 장군의 아들이라는 점에도 의혹을 제기한다. 이런 의혹은 이미 90년대 도올 김용옥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그동안 김 의원 측은 안동김문 족보와 당시 신문 기사, 정부의 독립운동가 후손 인정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장군의 아들 의혹에 대응해 왔다. 공신력이 있는 증거들이다. 그러나 김상구씨는 1918년생(추정)인 김두한이 1946년에야 장군의 장남으로 호적에 입적된 점, 김좌진 가계를 둘러싼 당시의 다른 보도들, 가족 주변인의 증언 등을 발굴해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김두한이 장군의 아들이 맞느냐는 식의 얘기는 온라인에도 퍼져 있다. 김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방심위는 한 차례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이런 논란을 모르지 않았다면 현수막을 걸기에 앞서 관련 사실들을 좀 더 성실하게 입증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김남중 문화팀 차장 njkim@kmib.co.kr
[세상만사-김남중] 아버지의 이름으로?
입력 2016-03-31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