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성향 언론을 탄압해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을 풍자한 뮤직비디오를 TV로 방영한 독일 측에 항의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30일(현지시간) 터키 정부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풍자한 뮤직비디오 영상을 온라인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공영방송 NDR은 지난 17일 에르도안 대통령을 풍자한 뮤직비디오를 방송했다. 뮤직비디오는 코미디쇼 ‘엑스트라3’에서 만든 것이다. 노래 가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기사를 쓴 기자는 징역을 살게 될 것’이라는 등 터키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구속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과잉 진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지난 22일 주앙카라 독일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하지만 곧바로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비난에 직면했다. 독일 외교부는 “주앙카라 독일대사는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독일 정부의 의견을 터키 측에 명확히 전달했다”며 “독일에서는 정치적 풍자 역시 보호받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EU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고 터키를 비난했다.
코미디쇼 ‘엑스트라3’는 터키의 항의에 풍자로 답했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노트북에 소화기를 쏘면서 “영상을 삭제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끊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만화를 게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터키에선 통했는데”… 터키, 獨 언론 간섭했다가 ‘역풍’
입력 2016-04-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