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산 가짜 푸아그라·이태리산 황산구리 올리브… 유럽産도 못 믿는다

입력 2016-04-01 04:01
왼쪽부터 유로폴이 압수한 이탈리아의 황산구리로 물들인 올리브와 헝가리의 가짜 푸아그라 재료 공장, 벨기에 공항에서 압수된 원숭이 고기. 유로폴

후진국의 문제로 여겨졌던 불량식품이 전 세계적으로 골칫덩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유럽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불법 식품이 판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산비 증가 등으로 값이 비싸지면서 불법 또는 가짜 식품이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유럽의 연합 경찰기구인 유로폴(Europol)은 30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 세계 57개국과 합동으로 유해식품 단속활동을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유럽에서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유로폴에 따르면 지난 4개월 사이에 영국에서는 가짜 술 1만ℓ가 압수됐다. 위스키뿐 아니라 보드카나 와인도 가짜가 나왔다. 그리스에서는 아예 가짜 술 공장 세 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장에서는 가짜 술 7400병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위조한 상표가 쌓여 있었다.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에서는 가짜 초콜릿과 불순물이 섞인 사탕, 유해한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이 발견됐다. 이들 식품은 어린이가 주 소비층이고 일부는 수출되는 것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올리브 수출국인 이탈리아에서는 황산구리 올리브가 적발됐다. 양이 무려 85t이나 됐다. 황산구리를 섞으면 올리브의 색깔이 좋아지고 더 신선해보여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에 첨가됐다.

헝가리에서는 오리고기로 가짜 푸아그라(거위 간)를 만들어 공급하는 일당이 붙잡혔다. 유럽에서 푸아그라 요리가 비싸기 때문에 오리고기로 마치 진짜 푸아그라인 것처럼 만들었다.

글로벌 식품 수출 선진국인 호주에서도 유해 식품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다. 호주산 꿀 450㎏을 분석한 결과 순수 꿀이 아니고 다른 물질과 섞이거나 불순물이 검출됐다. 호주에서는 땅콩류를 잣류로 속여 팔기도 했다. 인터폴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폴이 합동 단속에서 적발한 불량식품과 가짜 술은 각각 1만t, 100만ℓ다. 불량식품 종료가 점점 다양해지는 게 특징이라고 인터폴은 지적했다. 아울러 유럽 이외 지역에서도 불량식품이 적지 않았다. 인터폴은 한국에서는 가짜 다이어트 식품, 태국에서는 불량 육류, 인도네시아에선 포르말린 닭 내장이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벨기에 공항에서 원숭이 고기, 프랑스 공항에서 메뚜기와 애벌레가 압수되는 등 공항을 통한 불법식품 유통도 적지 않았다.

유로폴의 크리스 반스틴키스티 단속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식료품값이 비싸지고 글로벌 차원의 식품 유통이 이뤄지면서 불량식품도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불량식품을 외국에서 만든 뒤 값싸게 들여와 판매하는 식으로 제조와 유통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점점 분업화되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