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지원하는 공간을 내놓는 가운데 교회도 건물 일부를 ‘청년 전용 공간’으로 개방했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다.
교회 소속이 아니라도 청년이라면 누구든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공부하거나 취업·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 또 책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차를 마시며 지역 이웃 등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 저녁엔 공연, 전시, 낭독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곳은 100주년기념교회가 2월 28일 개관한 20대 청년 공간 ‘하품(Hapoom)’이다. ‘하나님의 품’ ‘하나님의 작품’의 줄임말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명칭 공모에서 1등을 한 수작(秀作)이다. 공모전 2위를 차지한 ‘달팽이관’은 하품 내 카페 및 공연·전시 공간 이름으로, 3위인 ‘무중력실험실’은 창업보육 공간 명칭으로 붙였다.
하품은 교회 맞은편 골목의 제2사회봉사관 1층에 자리했다. 외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 고즈넉하고 편안한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낸다.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합정역 근처여서 일반 청년도 몰린다.
하품은 4년 전 이 교회 청년들의 바람으로 시작됐다. 청년부 리더들은 합정과 홍대, 신촌 지역 유흥가를 찾는 수많은 젊은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문화공간을 만들길 꿈꿨다. 방법을 고민하던 이들은 청년에게 사무·연구용 공간을 제공하는 서울 중구의 ‘스페이스 노아’를 방문했다 큰 영감을 얻었다. 청년부 리더들의 꿈을 귀담아들은 교회는 제2사회봉사관 건물 1층을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선정했다. 당초 1층은 132.23㎡(40여평) 넓이의 음식점이었으나 이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재철 목사는 개관 당일 “하품이 청년들의 소통, 특히 세상 밖과의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청년들이 (이곳에서) 하나님의 품격을 갖춰 세상에서의 빛과 소금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교회는 하품 개관을 기념해 지난달 3∼5일 ‘20대 청년 페스티벌’을 열었다. 첫날에는 3명의 청년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고 둘째 날에는 평사원에서 대기업 부회장 자리에 오른 크리스천 CEO가 토크콘서트 강연자로 나섰다. 마지막 날에는 기독 출판사 홍성사 대표가 ‘결혼’ ‘자기 연민’ ‘나이 듦’ 등을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눴다.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매회 50명 이상이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첫날과 둘째 날 행사에 참석한 정세영(29·대학원생)씨는 “합정 지역에 청년 참여 공간, 카페, 교회는 많지만 이 셋을 합친 곳은 이곳밖에 없다”며 “공간의 특성에 걸맞게 삶과 신앙이 잘 조화된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향후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는 하품을 청년의 재능 개발을 지원하고 쉼과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웃과 소통하며 소외계층을 섬기는 공간으로 꾸릴 계획이다.
미혼청년팀장 김우진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웃의 소리를 듣는 곳이기도 하다”며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청년들과 기성세대 및 다음세대, 이웃 종교인 등 여러 사람들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 교회는 하품을 평일엔 청장년 상담센터 및 소외계층 청소년 교육봉사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합정 지역에서 모임·전시·공연을 열기 원하는 기독단체에 무료로 공간을 대여해 이들의 선교활동을 지원한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합정·홍대 청년들, ‘하품’으로 모여라
입력 2016-04-01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