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변호사의 법률 속 성경 이야기] 하나님의 정의- 인간의 정의

입력 2016-04-01 20:44

고용 변호사일 때 모 사찰의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사건의 내용은 상대방인 피고 측 기도원이 침범한 사찰부지 위의 기도원 건물을 철거하고 점유 기간 동안 임료(토지사용료)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이었다. 의뢰인은 종교적 이유가 아닌 자신들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보였다.

원고 측은 교회 건물의 점유는 악의적 무단 점유이므로 건물을 철거하고 부당이득을 지급하라고 주장했고 이에 맞서 피고는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고 해당 부지를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는 항변을 했다. 이에 나는 토지의 경우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당이득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판례를 소개하며 기존 부당 이득액을 청구했다. 나중에 들었지만 피고 목사님은 교회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당한 후 심리적 압박으로 심장수술을 하게 되어 생사를 오갈 지경이었다고 한다.

소송은 사찰 측의 일부 승소였다. 기도원 건물 철거는 기각됐고 4300만원 상당액의 부당이득 청구(인용)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며칠 후 법원으로부터 판결 정정 결정이 내려왔다. 부당이득금이 4300만원에서 86만원으로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기존 판결은 임야 매수 가격을 기초로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오류가 있어 이를 임료 상당액을 기초로 한 자료로 수정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의 소송 경험은 내 자신이 기독교인이자 변호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동시에 기독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됐다. 앞서의 사례와 같이 법적 측면에서 교회가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뿐 아니라 교회가 법적 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성경 말씀처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 것이므로 인간의 세계는 인간의 법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면 끝나는 일일까.

바울은 교인들 사이에, 혹은 교회의 분쟁에 대해 고소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교인 스스로 법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가르쳐준다(고전 6:1∼6). 그런데 인간적 정의와 하나님의 정의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에 대해 예수님은 둘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답하신다. 부모님께 드릴 것을 하나님께 드리면 효도했다고 착각하는 이들은 곧 하나님의 율법을 폐하려는 자라고 비판하시며 하나님의 법과 인간의 법 모두에 충실하라고 조언하신다(마 15:3∼9).

오늘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수다한 법적 분쟁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법만 지키면 인간의 법은 조금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가. 영화 ‘밀양’에서 수감된 피고인이 자신을 찾아온 피해자에게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셨다며 피해자의 아픔은 눈감아 버리는 장면은 오늘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주셨다. 그 독생자 예수께서는 교회가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것을 요구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한국교회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딜레마에 빠져 진행했던 위 소송을 떠올릴 때마다 한국교회가 인간의 법에서 가져야 할 자화상을 보게 된다.

박상흠 변호사 <동아대 법무감사실 법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