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중국군 유해 송환

입력 2016-03-31 17:40

‘챈스 일병의 귀환’은 미군의 시신 송환을 다룬 영화다. 스트로블 중령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챈스 일병의 시신을 고향까지 운구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영안실 요원은 피범벅이 된 챈스 일병의 시신을 정성껏 닦고 제복을 입힌다. 항공사 직원은 전사자를 운구하는 스트로블의 좌석을 1등석으로 올려준다. 그는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편안한 숙소를 마다하고 챈스의 관과 함께 노숙을 자청한다. 천천히 가는 챈스의 운구 차를 앞지르지 않고 민간인 차들이 뒤따르며 경의를 표한다. 미군은 챈스 부모의 이혼 사실을 알고 성조기 2개를 준비해 각각 전달한다. 이 영화는 전사자와 그 가족을 어떻게 예우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 ‘워터 디바이너’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세 아들의 시신을 찾으려고 사력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세 아들의 실종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비통에 잠긴 아버지는 호주에서 1만4000㎞ 떨어진 터키로 떠난다. 유해를 찾기 위해 이역만리에서 생사의 위험을 무릅쓰는 아버지의 부성애가 돋보인다. 아버지는 두 아들의 전사를 확인하고, 큰아들과 조우한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갈리폴리 전투 현장에서 유해나 유품을 수습하는 군인들이 인상적이다.

6·25전쟁 때 전사한 중국군 유해 36구가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갔다. 국방부는 지난해 발굴한 유해들을 유전자 감식을 거쳐 중국군으로 판정했다. 중국군 유해 송환은 2013년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탔다. 2014년 437구, 지난해 68구가 중국 품에 안겼다. 중국은 이들 유해를 선양 ‘항미원조(抗美援朝) 열사능원’에 안장했다.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과 중국. 양국은 중국군 유해 송환을 통해 상호 신뢰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녘에 묻혀 있는 국군 전사자의 유해 발굴과 송환 작업도 빨리 이뤄져야 할 텐데….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