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여자의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은 더욱 그렇다. 현대사회는 ‘예쁜 여자’가 대접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금 잘못하거나 비난받는 행동을 해도 예쁘면 용서받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과 청소년들의 성형수술을 더욱 부추긴다.
성형수술은 예뻐지기 위해 받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부작용 없는 성형수술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환자가 그 부작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성형수술 후 얼마나 예뻐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작용이 조금 있더라도 성형수술 후 예뻐졌다면 그 정도의 부작용쯤은 평생 참고 살아간다. 문제는 성형수술 후 예뻐지지도 않았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한 경우이다. 성형수술 피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정도 되어야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 피해자들은 네 번 버림받는다. 성형수술로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이 있다. “네 번 버림받는 것”이다.
첫째, 의료사고를 낸 자신의 담당의사로부터 버림받는다. 수술 합병증이나 부작용 치료는 말 할 것도 없고, 면담조차 거부당하기 일쑤다. 상담실장에게 항의하거나 병원 앞에서 1인시위 또는 집회를 했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를 당해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둘째, 성형수술을 만류했거나 성형수술 받는 것 자체를 몰랐던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고액의 성형수술 비용을 탕진하고, 의료사고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직장을 퇴사하고, 평생 진통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딸과 아들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부모도 처음에는 동정심에 관심을 갖지만 “긴 병에 장사 없다.”는 속담처럼 나중에는 부모자녀 간에도 감정이 상해 서로 의절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셋째,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예뻐지려고 성형수술 받다가 의료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본인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일반 대중으로부터도 버림받는다. 넷째, 성형수술 관련 각종 의료비 대부분이 비급여이기 때문에 국가적 통제나 개입이 불가능하여 국가로부터도 버림받는다.
이렇게 담당의사, 부모, 일반 대중, 국가로부터 네 번 버림받은 성형수술 피해자들의 특징은 우선 외출을 기피하고, 말수가 적어지고,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혀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성격도 소심해지고, 의심도 많아지고, 늘 불안감에 쌓여있고, 우울증까지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 강제 퇴직을 당해 생계의 어려움까지 겪는 피해자도 있다. 이쯤 되면 ‘성형폐인’이 되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피해자 소식도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성형수술 피해자도 ‘의료사고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한다. 수술실에서 전신마취 후 환자동의 없이 집도의사를 바꿔치기 하는 ‘유령수술’이 최근 사회적 이슈다. ‘유령수술’은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증를 이용한 ‘신종사기’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러한 성형외과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색안경을 끼고 성형수술 피해자들을 일반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
환자가 예뻐지기 위해 수술을 받던, 질병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가에서 적법한 면허를 발급받은 의사가 수술을 했는지가 중요하고, 수술 중 의사의 과실로 환자가 다쳤거나 사망했다면 그것이 미용 목적 수술이던, 치료 목적 수술이던 동일하게 의료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를 차별해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성형수술 피해자들도 자신이 ‘의료사고 피해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사고 가해자인 담당의사에게 부작용 치료 및 피해보상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부모에게도 사실대로 얘기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성형수술 피해자들이 의료현장에서 겪고 있는 네 번 버림받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유지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신속한 피해보상을 위한 행정적·법률적 지원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네 번 버림받는 성형수술 피해자들
입력 2016-04-03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