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희망 난민] 꿈 이루기 힘든 시대, 꿈 강요당하는 젊음

입력 2016-03-31 19:18

2014년 연말 국내에서 출간돼 주목을 받은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의 저자인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그보다 1년 앞서 완성한 책이다. 꿈을 이룰 수 없는 시대에 꿈을 강요당하는 젊은이들의 문제를 ‘희망 난민’으로 정의하면서 “‘하면 된다’ 식의 말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사이비 희망이나 격려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젊은이의 꿈을 단념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희망 난민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붙여준다. 희망 난민이란 주제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일본에선 이미 꿈을 포기하거나 체념한 ‘사토리 세대(달관세대)’가 유행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N포세대’ ‘흙수저’ 등 잃어버린 꿈에 대한 담론들이 끓어오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는 사회라면 희망을 단념시키는 것이 그나마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꽤나 도발적이다. 그리고 희망을 갖는 쪽과 포기하는 쪽 가운데 어느 편이 더 행복한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꿈과 가능성을 체념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작은 행복을 찾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인가. 아니면 희망의 부재 또는 붕괴를 절망하면서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한국의 N포세대인가.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