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교관 출신으로 권위 있는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 로맹 가리(1914∼1980)가 1960년대 청년들의 냉소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원래 1964년 미국에서 ‘스키광’이란 제목으로 발표돼 큰 인기를 끈 뒤 69년 개작해 프랑스에서 ‘게리 쿠퍼여 안녕’이란 제목으로 출판됐다.
소설의 배경은 1963∼68년으로 젊음이 불타올랐던 ‘68년 5월 혁명’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인 레니는 베트남전 징용을 피해 프랑스 알프스의 외딴 곳으로 숨은 미국 청년이다. 이곳에는 레니 외에도 가난한 알코올중독자 외교관의 딸 제스, 자기 자신에게까지 알레르기가 있는 인간 혐오자 버그, 인종차별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을 떠난 흑인 청년 척 등이 숨어있다.
레니와 친구들은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모두 거부한 채 냉소주의를 신봉한다. 그들은 당시 인구 폭발로 개인이 사라지고 숫자로 취급되는 것을 거부하며 스스로 ‘소외’를 택한 것이다. 절망 끝에 선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물리적인 혁명에 뛰어들기도 하고 조직화된 사회에 투항하기도 한다.
이 책은 68년 5월 혁명 직전 젊은이들의 분노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젊은이들은 영화배우 게리 쿠퍼로 상징되는 정의로운 영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작별을 고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손에 잡히는 책-게리 쿠퍼여 안녕] 프랑스 5월 혁명 직전 젊은이들의 분노
입력 2016-03-3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