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선 공약으로 ‘한국형 양적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방안을 들고 나온데 대해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가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당의 공약과 정책 당국의 정책 기조가 예기치 않은 어깃장을 노출해 정책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강 전 장관은 지난 29일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문에서 한은이 돈을 적극적으로 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 공약으로 한은의 산업은행 채권 및 주택담보대출증권(MBS)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를 한국에도 적용해 ‘돈맥경화’를 풀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개선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0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주열 (사진)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강 전 장관의 공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앙은행 총재가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중앙은행의 고유 정책을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간접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한은이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년간 네 차례 금리 인하로 인해 1.50%의 역대 최저 금리 수준으로 정부의 성장 정책을 충분히 뒷받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 중앙은행이 산은채와 MBS를 인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특히 한은 입장에서는 발권력을 함부로 동원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찮다. 한은 안팎에서는 “집권당이 중앙은행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전례가 없다”며 종일 뒤숭숭해하는 분위기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29일 강 전 장관의 양적완화 주장에 대해 “(강 전 장관) 개인의 소신이지 당론 혹은 선거 공약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부총리는 양적완화를 둘러싼 정책 혼선 논란이 일자 30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잘 몰랐다. (여당의 공약에 대한) 얘기를 못 들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예산 부족한데···재정확대하라고?=기재부는 여당이 재정 확장까지 주문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강 전 장관은 최근 선대위회의에서 “재정투자는 경제 활성화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 대학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기업의 투자세액공제, R&D 지출 세액공제, 고용장려금 등 성장촉진형 세액에 대해 감면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김대중정부 재경부 수장이던 강 전 장관이 1999년 외환위기 극복에 효과를 발휘했던 정책들을 다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재량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각종 감면·공제 제도도 대거 정비하려는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와 충돌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들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임기 반환점 돈 이주열 총재 “한국형 양적완화 언급 부적절”… 부정적 기류 내비쳐
입력 2016-03-30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