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사퇴’ 카드 왜… 과반 의석 배수진? 대권 행보 신호탄?

입력 2016-03-30 21:03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총선 후 사퇴’ 선언을 두고 측근들은 “공천과 선거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권 행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 임기는 오는 7월까지이지만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가려면 당헌·당규상 6월 중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조기 사퇴가 예상됐던 상황에서 시기를 더 앞당긴 것이다.

선거 후 공천 파동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과의 갈등 구도를 무력화하는 효과도 있다. 당권 경쟁도 일찍 불붙게 됐다.

김 대표는 3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내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은 삼갔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안 하겠다”고 피해갔고, 공천 내분에 대해선 “끝난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건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옥새 투쟁’이 없었다면 과반 득표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권 행보’ 질문에 크게 웃은 金 “반기문 온다면 환영”=김 대표 사퇴 시기는 20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된 직후로 예상된다.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의미로 물러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국 선거가 끝나면 뒷마무리할 일들이 있는데 제 손으로 정리하고 그만두는 것이 도리”라며 “시간이 길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총선 후부터는 대권 행보를 하는 걸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엔 크게 웃었다. 이어 질문자에게 “저하고 오랫동안 아는 사이인데 제가 제 입으로 대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발언 곳곳에서 대권 의지가 묻어났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에 있어본 경험,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국정 운영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다”며 “권력의 부침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연구해온 입장에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정치 지도자로서 강점을 설명한 대목이다. “국가 운영은 권력 게임”이라고도 했다. 대선 어젠다로는 사회통합을 꼽았다. 그러면서 “권력 구조를 바꿔야 된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헌에 대해선 생각이 있지만 성의껏 답변하면 시끄러워진다”고 함구했다. 지난 2014년 10월 이른바 ‘상하이발 개헌 파문’ 이후 김 대표는 개헌의 ‘개’자도 안 꺼냈었다.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며 먼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반 총장께서 그런(대권) 생각이 있다면 새누리당은 환영”이라며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도전해야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 ‘존영’ 논란엔 “코미디”=김 대표는 김종인 대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운동권 체질을 고칠 의사를 자처했지만 제가 보기엔 분장사 정도”라고 혹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는 “이상을 너무 높게 잡아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연대를 두고는 “아주 못난짓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최근 당내서 논란이 됐던 대구시당의 박 대통령 ‘존영’ 반납 공문과 관련해선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았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 대표를 향한 막말·욕설 파문으로 공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 윤상현 의원 복당 문제에는 “다른 탈당 의원들과 일괄적으로 거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천 갈등으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지적에는 “아직 건너지 않았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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