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블랙홀’… 野 심판론 이슈 흐지부지

입력 2016-03-30 21:10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민 후보, 송옥주 비례대표 후보, 김 대표, 이철희 이재정 비례대표 후보. 이동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도권 후보 출정식에서 국민의당 수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내현 의원, 신용현 비례대표 후보, 김성식 후보, 안 대표, 김영환 후보. 이동희 기자
야권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단일화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경제 실정 심판론’과 국민의당이 강조하는 ‘양당 심판론’은 요란한 야권연대·단일화 구호에 가려지고 있다. 하지만 더민주가 뒤늦게 팔을 걷고 나선 야권연대에 대해 국민의당은 물론 정의당마저 “자당의 이해관계에 골몰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과 문재인 전 대표는 30일 한목소리로 야권연대를 촉구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을 살펴보면 수도권 지역의 경우 당선될 수 있는 후보가 안철수 대표 본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실정 아닌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의당과의 연대와 관련해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면 (심상정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부터라도 단일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물밑에서의 단일화 요구를 차단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특히 더민주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는 야권 분열의 책임자로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더민주의 제안과 관련, “정의당 대표의 지역구 문제를 볼모 삼아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뛰고 있는 우리 당 후보들의 사퇴를 강요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가 단일화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소수당 후보 ‘주저앉히기’ 식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할 경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당 대 당 차원의 연대는 ‘지역구 나누기’라던 더민주가 이제 와서 후보 간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소수당 후보 사퇴를 압박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더민주 지역구 후보들은 연일 단일화를 요구하면서도 먼저 후보직을 양보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일부 후보들도 주로 다른 야당 후보보다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후보다. 결국 ‘나에게 양보해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정의당이 연일 더민주를 향해 ‘패권주의’ ‘갑질’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일화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제 경남 창원 성산에서 더민주 허성무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노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합의했지만 더민주 일부 당원들은 “명분 없는 단일화”라며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고양갑에 출마한 더민주 박준 후보도 페이스북에 “저는 4년 전 단일화에 승복한 경험이 있다. 제가 또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됐던 투표용지 인쇄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일화 ‘골든타임’이 지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야권연대는 그동안의 연대와 달리 의석수가 많은 당이 먼저 양보하지 않는 연대가 됐다”면서 “특히 더민주는 국민의당 궤멸과 야권연대라는 모순된 전략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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