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이제,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자

입력 2016-03-31 19:15

제목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정보통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세상을 살아가지만 과학책 읽는 사람들은 아직도 드물다. 이공계를 기피하거나 무시하는 풍조도 강하다. 그런데 ‘이공계의 뇌’라면 ‘인문계의 뇌’도 있다는 뜻일까?

“이공계적인 사고방식은 장단점을 분석해 타협을 도출하는 반면, 인문계적인 사고방식은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무언가에 올인하는 극적인 상황을 좋아한다. 이공계적인 사고방식은 상황 변화에 따라 전략을 조절하지만, 인문계적인 사고방식은 상황 변화보다는 원칙을 중시한다.”

저자 완웨이강은 이공계와 인문계라는 두 뇌, 두 사고방식을 구분한다. 중국의 주목받는 젊은 과학자로 현재 미국 콜로라도대 물리학과 연구원으로 있는 완웨이강은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통해 “이제 이공계적인 사고방식이 인문계적인 사고방식을 대체할 때가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2014년 중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 이공계의 뇌를 통해서 보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한 예로 확률론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확률을 이해하는 것은 사고의 깨어 있는 정도를 결정한다. 확률을 알면 다른 사람들이 별것 아닌 일에 크게 놀랄 때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확률 이야기는 “통계 표본이 충분히 크지 않다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판단할 때 자신의 경험만을 의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로 이어진다.

‘왜 음모론에 끌리는 걸까’라는 글에서는 모든 일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는 인식이 음모론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면서, 과학적 사고를 하려면 먼저 목적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중국에서 왜 과학이 발생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언 모리스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 나오는 “세상의 이치에 목적이 있다고 믿는 전통 때문”이라는 분석에 동의한다.

“자연에는 목적이 없다. 인류사회에 발생하는 여러 현상에도 별다른 목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일에 목적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사고와 과학적 사고의 차이점이다.”

책은 과학의 눈으로 심리부터 자기계발, 건강, 뉴스, 경제, 독서법, 영혼 등 여러 주제들을 짚어가며 그동안 인문학적 시각에서 작성된 스토리들을 허물고 뒤집는다. 원자력을 민주주의와 비교하는 대목은 꽤나 낯설다. 저자는 “화력 발전의 원료가 되는 석탄을 캐느라 해마다 수천 명의 광부들이 매몰사고로 숨진다”며 “화력 발전과 비교했을 때 원자력 발전은 민주제도에 가깝다. 좋은 방식은 아지만, 가장 나쁘지 않은 발전 방식인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책의 4분의 1만 읽는 이들에게’ ‘혁신은 뒤처진 자의 특권’ ‘게임의 세 가지 경지’ ‘인맥에 대한 과학적 고찰’ ‘물리학의 철학보다 격조가 높다?’ 등 이 책이 다루는 주제만 봐도 읽고 싶어지는데, 책장을 열면 재미는 그 이상이다. ‘내 인생의 첫 과학책’으로 도전해볼만 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