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대피소라니”… 獨철도 여성칸 추진에 반발

입력 2016-03-30 20:20

만일 외국인 근로자가 서울역 주변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추행한 사건이 생긴 뒤 서울시가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을 도입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런 일이 독일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비난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고 독일 일간 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AZ에 따르면 독일 민영 철도회사 미텔도이체 레기오반은 조만간 라이프치히∼켐니츠의 90㎞ 구간에 여성전용칸을 도입키로 했다. 여성 전용칸에는 여성과 10세 이하 남자 어린이만 탈 수 있다.

이 방침이 알려지자 독일 사회 대부분이 발끈하고 나섰다. 양성평등 전문가인 콘스탄체 몰겐로스는 WP와 인터뷰에서 “독일 사회는 양성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런 사회에 ‘여성 대피소’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반발했다. 현지 언론들도 “전용칸 도입 구간에 성폭행 사례가 증가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걸 도입하느냐”고 가세했다.

SNS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시민들은 SNS에서 “지난해 12월 31일 독일 쾰른 중앙역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난민들이 여성들을 성추행한 사건 때문에 여성전용칸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런 사건을 이유로 여성전용칸을 도입하면 난민을 잠재적인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전용칸이 운영되는 구간이 반(反)난민 정책을 표방한 우파 정당이 득세한 곳이란 점도 ‘난민 차별’ 차원에서 전용칸이 도입됐을 것이란 의혹을 키우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회사 측은 “여성에 대한 일반적 보호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이지 쾰른 사건이나 난민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WP는 “일본, 인도, 멕시코, 브라질, 이집트, 인도네시아에서 성추행을 막기 위해 여성 전용칸이 도입됐지만 유럽의 심장이랄 수 있는 독일에 도입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