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우공(愚公)은 산을 옮겼지만 오늘의 우공은 나무를 심습니다. 두 눈이 없는 형 자하이샤(賈海霞·55)와 두 팔이 없는 동생 자원치(賈文其·54)를 중국 사람들은 ‘장애인 우공형제’라고 부릅니다.
허베이성 징싱현 예리촌. 봄은 왔지만 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24일 형제는 마을의 작은 하천인 몐허를 건넙니다. 언제나처럼 형은 동생의 팔이 되고 동생은 형의 눈이 됩니다. 지난 14년 동안 하천 옆 50무(약 3.4㎢)가 넘는 모래흙에 나무 1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형제는 처음에는 살기 위해 나무를 심었습니다. 형 하이샤는 태어나면서부터 백내장으로 왼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2000년에는 공장에서 일하다 돌 파편이 튀면서 오른쪽 눈까지 잃었습니다. 동생 원치는 세 살 때 전선을 잘못 만져 감전되면서 양팔을 잃었습니다. 어깨와 목을 사용해 쟁기질을 하고 발로 글을 씁니다. 2002년 허베이성 탕산의 장애인예술단 일원이었던 동생은 병든 아버지를 돌보러 고향에 왔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나무심기에 나선 겁니다.
팔이 없는 동생은 혼자 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형과 함께라면 다릅니다. 가지치기할 때도 동생은 형의 등을 타고 올라가 남보다 높은 곳에서 일합니다. 이렇게 14년째 함께 심은 나무는 하천가를 푸르게 뒤덮었습니다.
2년 전 형제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두 사람은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변화도 많았죠. 촌 정부의 도움으로 동굴 같았던 집은 아담한 단층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수돗물은 안 나오지만 행복합니다. 형은 지난해 3월 무료로 치료해준 병원 덕분에 사람의 형체를 알아봅니다. 두 사람은 “주위의 빈정거림이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의 이해와 긍정을 얻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합니다. 비웃던 동네 사람들은 이제 연장도 고쳐주고, 나무에 물을 주고, 잡풀도 베어주고, 묘목까지 사다 줍니다.
형제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예리촌 서쪽 야산에 지금까지 심은 면적의 2배인 황무지 100무를 맡았습니다. 산은 어려서부터 뛰어놀던 익숙한 곳입니다. 하지만 하천가에 나무를 심는 것보다 몇 배 어렵습니다. 문제는 물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속만 태웁니다.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은 300m 깊이의 우물을 파거나 저수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느 방법이든 결국 돈입니다. 그래도 형제는 오늘도 황무지 산이 푸른 숲으로 변하는 ‘녹색꿈’을 꾸며 산을 찾고 있습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장애인 ‘우공 형제’… 서로의 눈·팔 되어 14년간 하천가에 나무 심어
입력 2016-03-31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