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1만5000석)에서 매년 6월 중순부터 9월 초순까지 열리는 세계적인 야외 오페라 축제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아이다’를 처음 공연한 이후 100년 넘게 오페라 팬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102년째이던 지난해 이 페스티벌에서 첫 한국인 주역이 등장했다. 대표 레퍼토리인 ‘아이다’의 타이틀롤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41)이다. 그가 4월 15∼17일 예술의전당에서 수지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로 2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한국인 첫 주역의 영예를 안았지만 솔직히 씁쓸했다”며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지만 페스티벌 측에서 유명 소프라노 중심으로 리허설 시간을 배정하다 보니 1회 출연하는 나는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라가야만 했다. 공연 당일 오후에야 오케스트라도 없이 혼자 연습한 뒤에 본공연에 출연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고 밝혔다.
임세경의 기량을 확인한 페스티벌 사무국은 그에게 올해 ‘아이다’와 ‘일트로바토레’에 9회 출연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스위스 아방쉬 페스티벌(6월 30일∼7월 15일)의 ‘나비부인’에 출연하기로 계약한 상태여서 내년으로 캐스팅을 미뤄야 했다. 그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내 기량을 인정하고 다시 캐스팅을 제안한 만큼 처음 목표는 달성됐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실력만으로 유럽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 우뚝 섰다. 희소성이 높은 테너에 비해 소프라노는 워낙 층이 두터워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그는 탁월한 가창력과 열정적인 연기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한양대 출신인 그는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졸지에 가장이 됐다. 3년간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가족의 생계를 꾸린 그는 1000만원을 겨우 모아 2001년 유학길에 올랐다.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과 라 스칼라 극장 전문 연주자 과정을 마친 그는 유럽 각국의 오페라극장을 오가며 차근차근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난해 1월에는 세계적인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나비부인’의 주역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올해 10월 같은 작품에 또다시 캐스팅됐다.
그는 “그동안 자주 연기했던 ‘아이다’나 ‘나비부인’으로 런던 로열오페라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메이저 극장에 진출해 기량을 인정받은 뒤 ‘운명의 힘’ ‘가면무도회’ ‘마농’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아레나 디 베로나’ 첫 한국인 주역 소프라노 임세경씨 “런던·뉴욕 극장서도 기량 펼치고 싶어요”
입력 2016-03-30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