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조계의 불법 사외이사 관행 근절 계기돼야

입력 2016-03-30 17:42
불법으로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9일 상임이사회에서 겸직 허가 없이 사외이사를 맡은 이귀남·김성호 변호사 등 법무부 장관 출신 2명을 조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김 변호사는 총수가 재판 받고 있는 CJ의 사외이사로 올해 재선임됐다. 영리법인 이사가 되려는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도록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법무장관 출신들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니 어이가 없다.

당초 불법 사외이사 활동 사실이 들통 난 검찰 고위직 출신은 10여명이나 된다. 송광수·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허가 규정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법률가들이 위법 사실을 지금에야 알았다는 건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서울변회는 법무행정의 최고 책임자였던 두 변호사에 대해서만 징계 절차를 밟고 나머지는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고 한다. 변호사 단체가 사외이사 겸직 문제로 징계에 착수한 건 처음이라는데 이번에 불법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엄중한 징계가 불가피하다. 고위직 출신들의 편법적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 허가 장치를 유명무실화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

기업 사외이사 자리는 법조계 병폐인 전관예우 통로로 이용돼 왔다. 기업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고액 보수를 챙길 수 있어서다. 검찰 재직 시절 봐준 사건의 대가일 수도 있다. 따라서 겸직 신청만 하면 사실상 100% 허가됐던 형식적 심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전관 변호사가 직전 5년간 취급했던 사건과 관련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서울변회가 내부 규정을 개정한 것은 그 일환이겠다.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에서도 조속히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전국 변호사회가 시행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