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31일 시작됐다. 다음 달 12일 자정까지 전국 253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며 열띤 유세전을 펼칠 것이다. 이미 주요 정당은 20대 총선 캐치프레이즈도 정했다. 새누리당의 ‘야당 심판론’과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심판론’, 국민의당의 ‘정치 심판론’이 바로 그것이다. 선거운동기간 중에 선거구별로 후보들 간에 지역 맞춤형 공약이나 현안을 놓고 국지전이 벌어지겠지만, 중앙당 차원에서 정한 이들 프레임은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정의 발목을 잡아온 야당을 유권자들이 심판해 달라는 주장이고, 더민주는 박근혜정권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으니 표로 응징해 달라는 것이다. 거대 양당의 낡은 정치 때문에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됐으니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게 국민의당 요구다. 한마디로 2012년 총선 이후, 대한민국이 경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원인은 야당과 정권, 그리고 정치에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과연 여야는 이런 화두를 던질 자격이 있는가. 4년간 과반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여당이 국정의 모든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며 표를 달라고 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1야당의 역할을 망각한 채 계파싸움만 벌이며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더민주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새정치를 내걸고 더민주를 탈당해 한순간에 잡동사니정당으로 추락한 국민의당이 다시 정치개혁을 하겠다며 찍어 달라는 것도 우습다.
네 탓도 정도껏 해야 한다. 염치불구하고 표를 부탁하기 위해선 본인 잘못부터 돌아보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여야 모두 안면몰수하고 이리 나오니 선거가 2주도 남지 않았는데도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40%에 육박하는 것 아닌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37.8%에 달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46.1%, 39.8%로 평균을 상회했다. 이미 다수의 전문가들은 주요 정당들이 공천 과정에서 벌인 추태로 인해 투표율이 19대의 54.2%보다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텃밭으로 여긴 영·호남에서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투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에야말로 유권자들이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정치권을 심판해야 할 때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누구 말이 맞는지, 누가 진짜 위정자(爲政者)인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소로 가야 한다. 이대로 그냥 놔둘 경우 20대 국회에서도 4년간 또 분탕질을 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표를 달라고 손을 내밀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설] 유권자들이 정치권 심판에 적극 나서라
입력 2016-03-3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