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을 내놨다. 강 위원장은 지난 29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시중 자금이 막혀 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MBS)과 산업은행채(산은채)를 인수해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은행의 MBS를 사들인 다음 채무자에게 20년 이상 분할 상환토록 하고, 산은채를 매입해줌으로써 산은이 여유자금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총선 직후 바로 실행해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총선에서 파괴력 있는 공약 중 하나다. 한국경제의 고질인 가계부채와 부실기업 난제를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총선 공약으로 불쑥 발표하기엔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시점과 상황이 먼저 걸린다. 양적완화는 통화정책의 마지막 한 방이다. 그것도 기준금리 0% 또는 마이너스 수준에서 동원하는 수단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그 사례다. 기준금리가 1.5%인 우리는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한 정책효과 여지가 있다.
물가상승 우려와 원화가치 하락 및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도 경계해야 한다. 양적완화 효과를 부인할 수 없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 있지 양적완화로 풀어야 하는 유동성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한은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드러내놓고 공박은 하지 않지만 부정적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보수적인 이주열 한은 총재 입장에서 양적완화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아예 “당론이나 선거 공약이 아니라 (강 위원장이) 개인 소신을 말한 것 같다”고 폄훼했다. 이 공약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새누리당이 사전에 기획재정부 및 한은과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를 거쳤어야 했다. 통화와 재정정책의 근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공약을 관련 당국과 조율도 없이 성급하게 터뜨리는 것은 매표용 공약이라는 매를 맞기 쉽다.
[사설] 새누리당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 적절치 않다
입력 2016-03-30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