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기계’ 김현수 훈련부족에 발목… 팀, 25인 로스터 제외 사면초가

입력 2016-03-30 21:43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자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있더라도 경기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타격기계’ 김현수가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과 외신의 분석을 종합하면 우선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계약한 후 시범경기에 나올 때까지 훈련이 부족했다. 그는 올 1월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개인훈련에 치중했다. 개인훈련은 한계가 있다. 단점을 스스로 찾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강정호나 박병호는 첫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앞서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 캠프에서 옛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도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김현수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한국에서도 시범경기 때는 빈타에 허덕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미국에선 ‘루키’이자 ‘용병’ 신분이다. 메이저리그에는 얼마든지 많은 대체자원이 있기에 그를 기다려줄 이유가 없어진다.

김현수의 선구안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볼티모어는 그의 통산 볼넷(597개)이 삼진(501개)보다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계약했다.

김현수를 직접 영입한 댄 듀켓 단장은 “지난 9년 동안 한국 최고의 타자로 인식돼 왔다. 높은 출루율을 가지고 있고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선수”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은 약 시속 10㎞정도 빠르다. 때문에 선구안보다는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더 잘 칠 확률이 높다. 강정호나 박병호는 노림수가 강한 선수다. 심지어 선구안이 좋고 볼을 오래 보는 스타일인 추신수조차도 미리 상대투수의 투구패턴을 분석하고 반드시 노리는 구종을 정하고 타석이 임한다.

끝으로 볼티모어는 코너 외야수 자원으로 김현수를 택했다. 통상 MLB 코너 외야수는 장타를 펑펑 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김현수는 결코 장타자가 아니다. 본인도 이를 의식해 장타를 위해 스윙 크기를 키웠다. 타구를 강하게 맞히려는 욕심이 강했고, 이러다보니 공을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모습까지 나왔다.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볼티모어의 몇몇 장거리 타자와 짝을 이뤄 타격그룹에 넣은 것에 대해 실수가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볼티모어는 30일(한국시간) 김현수를 25인 로스터에서 제외시켰다. 이제 그에겐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