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감 스포츠] 아름다운 패배

입력 2016-03-30 17:43
프로배구 챔프전에서 우승팀에 박수를 보내는 현대캐피탈 선수들. 뉴시스

아름다운 2위도 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뒤 패배에 승복하고 챔피언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 최근 끝난 2015-2016 프로배구 남녀 챔피언결정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준우승에 머문 현대캐피탈과 IBK기업은행이 아름다운 2위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21일 여자부 챔프전에서 기업은행은 현대건설에 패한 뒤 시상식에 끝까지 남아 우승팀에 축하박수를 보냈다. 사흘 뒤 열린 남자부 챔프전에서도 꼭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코트를 떠나지 않고 시상식 행사에 도열해 상대에 축하박수를 보냈다. 최태웅 감독은 “OK저축은행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남을 짓밟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동업자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삼성 선수단은 잠실구장 3루 측 더그아웃 앞에 일렬로 도열해 두산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들은 우승 세리머니에 여념이 없던 두산 선수들을 향해 갈채를 보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하는 준우승팀의 고충을 들어 우승팀 시상만 한다. 때문에 굳이 그라운드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지만 삼성은 끝까지 남아 품격을 지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