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은 광야의 백성이었습니다. 그들은 힘 있는 족속이 차지한 해변의 비옥한 땅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험한 산꼭대기나 메마른 광야를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광야에서 산다는 것은 곧 나그네로 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네게브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남풍 때문에 예루살렘 근처는 마을만 벗어나면 바로 광야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양과 염소를 치며 살 수밖에 없는 가난한 족속들이었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적고, 물도 없는 광야에서 살아가는 백성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나그네를 대접하는 일입니다. 아브라함도 지나가는 나그네를 대접하다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 적이 있습니다. 광야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고 한 순간부터 그는 나그네였습니다. 창세기 23장 4절에 보면 아브라함은 헷 족속에게 사라의 매장지를 사면서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고 말했습니다.
시편 39편 12절에서 다윗도 같은 고백을 합니다. 그는 “나는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이며 나의 모든 조상들처럼 떠도나이다”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나그네 의식을 가지고 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나그넷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벧전 2:11)고 권면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에 정착하며 점점 나그네 의식을 잃어버립니다. 농사를 지으며 풍요로워졌고 왕국을 건설합니다. 물질과 힘이 생기고, 걱정이 없다 보니 자신보다 못한 형편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게 됩니다. 힘 있는 사람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습니다. 물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깔보고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사람은 신앙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광야의 나그네임을 의식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진 분입니다. 사람의 앉고 일어섬을 감찰하시고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분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잘 살아 보려고 아등바등 애를 씁니다. 약육강식의 사회, 죽고 죽이는 사회에서는 독기를 품고 살아야 겨우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결론은 하나님이 내리십니다. 잠언 16장 9절을 보십시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나그네 의식을 가진 사람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저 성격이 좋아서, 마음이 넓어서 남에게 양보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실한 믿음 때문에 온유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나그네는 마지막 날 하늘 영광 보좌에서 우리에게 상을 베푸실 하나님을 아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승리의 길은 결론 내리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그네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를 소망합니다.
배경락 서울 서북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나그네 의식을 잃지 말라
입력 2016-03-30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