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급에 비해 의료수요가 줄어드는 소위 ‘환자절벽’ 시대라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환자가 몰리는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중소병원,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줄어 병원 경영이 위기라는 지적이다. 환자절벽이라는 화두를 던진 윤강섭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은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의료 공급에 비해 수요가 줄어드는 환자 절벽으로 병원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조금은 생소한 단어인 ‘환자절벽’은 저출산으로 인한 총 인구수 감소에 따른 환자수 감소, 의료기술 발달로 검진과 예방의학이 발달한 데 따른 환자 감소 등으로 더 이상 환자가 증가하지 않는 시점에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환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총인구수 감소로 인해 환자들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수요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형병원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들은 제2의 병원을 건립하면서 병원 공급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시에만 최근 들어 3∼4개의 대형병원들이 연이어 건립될 예정이다. 대형병원들이 제2병원을 설립하면 이들 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이름 모를 병원에 가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 지방에서 서울 유명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것을 보면 모르나”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 금천구에는 1000병상 규모의 대형종합병원 건립이 예정돼 있고, 은평구에는 800병상의 가톨릭의료원 제9성모병원이 오는 2018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화의료원도 마곡지구에 1000병상의 규모의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곳은 역시 동네병원이다. 매년 5000여개의 동네병원이 폐업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동네병원 폐업증가율은 연 18%에 이른다. 수년 전부터 동네병원은 ‘불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고등법원 개인회생신청 1145건 중 의사가 전체의 약 40%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와 늘어난 병원들로 인해 개원가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고, 이것이 곧 폐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과가 아니면 동네에서 생존하기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인들은 매년 꾸준히 배출되고, 병원이 늘어나는데 환자 수요는 그에 맞춰 증가하지 않다보니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연매출 5억원 이하 동네병원에 대해 중소기업 특별세액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들이 ‘질적 성장’ 이나 ‘해외 환자 유치’ 등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의사는 “텅 빈 병실이 점차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해외환자 유치 등에 정부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 시장 논리에 따라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환자절벽 시대에 맞춘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환자절벽’… 병원 느는데 이용자 급감
입력 2016-04-03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