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문병원 간판이 돈벌이 수단 전락해서야

입력 2016-04-03 19:14

비수술 척추전문병원을 찾은 김한광 씨는 접수대서 치료비를 낼 때 내심 놀랬다. 주사 한 대 맞았을 뿐인데 13만원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자에게 “소문 듣고 찾아왔는데 주사 한 대 값이 이렇게 비쌀 줄을 몰랐다”며 “의사든, 간호사든, 병원 직원이든 주사처방을 내리기 전에 치료비에 대해 설명해줘야하지 않냐”고 푸념했다.

또 다른 전문병원을 이용한 진희수 씨는 “처방한 주사의 성분이 뭐냐고 의사에게 물었더니 브로셔에 자세히 나와있다”며 “나가서 간호사에게 브로셔를 받으라”고 말했다. 진 씨는 이미 브로셔를 읽은 뒤였다. 이름도 영어에다 설명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게 전부여서 의사에게 물은 것이었다.

비수술 관절전문병원 원장 박모씨는 최근 기자를 만나 푸념을 늘어놓았다. 비급여 시술인점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보건소에 신고한 환자 때문이었다. 원장 박 씨는 억울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무릎 관절에 놓는 그 흔한 일반 물주사도 아니고 OO요법인데 급여일리 있겠냐”고 말했다. OO요법만 하는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값을 대강 알고 온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원장 박 씨의 하소연은 공감하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문병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척추전문병원, 관절전문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보건당국의 몇 가지 심시과정을 거쳐야한다. 의료인력과 진료과목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병원 앞에 붙은 ‘전문’이란 글씨는 의미하는 바가 인력과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시행하는 시술에 대해 의료진이 전문성을 갖는다는 것이지, 비급여 시술로 진료과목을 채우고 시술에 대해 환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주는 게 아니다.

‘전문’을 내건 일부 병원들이 시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뒷전이고 심지어 비급여 시술이 횡행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 전문병원이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만 본다는 지적 또한 끊이질 않을 것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