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교수 “ADHD, 질환으로 인식 않고 치료 대신 훈육 집착”

입력 2016-04-03 19:21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정신과 교수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윤후 군은 현재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일컫는 질환 ADHD를 앓고 있다. 윤후 군은 4살 무렵부터 ADHD를 의심케 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엄마와 잘 놀다가도 갑작스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고함을 치고 주위 물건을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부모가 달래도 윤후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과격한 행동은 1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윤후의 이상한 행동은 집 밖을 나가서도 계속됐다. 그러나 부모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윤후 군 어머니는 “병원을 오기까지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ADHD 질환으로 인식 안해…훈육에 집착=어머니 강보희씨는 아들의 이상한 행동을 일찍이 알아챘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것은 9세 무렵. 그러나 강씨가 아들의 ADHD 증상을 알게 된 것은 윤후가 다섯 살 되던 해다. 이해할 수 없는 과격한 행동이 계속되자 강씨는 아들의 발달 상태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검사결과 윤후는 ADHD를 앓고 있었다.

ADHD는 우리말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함께 일컫는 말로 유치원을 다니는 소아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장기 아이에서 관찰된다. ADHD는 뇌의 전두엽 부위가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뇌발달 지연이 원인으로 꼽힌다.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통해 ADHD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ADHD 자녀를 둔 상당수 부모가 약물치료를 거부한다. 강씨도 “소아정신과 선생님께 약물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처음에 거부했다”며 “정신과 약물이 독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약물치료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건 강 씨만이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일부 병원에 내원한 ADHD 아동의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부모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 넘은 수가 약물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고 평균 치료기간은 1년에 불과했다.

이소희(사진)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진단 받은 부모의 상당수는 앞으로 잘 키우면 된다는 식으로 의학적 치료를 미룬다”며 “그러나 ADHD 아동은 뇌 일부가 고장난 상태로 일상적인 교육으로는 행동조절이 어렵다. 아이가 과격한 행동이 계속될 때 폭력 등 잘못된 방법으로 훈육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치하면 폭력 등 2차적 사회문제 우려=진단 3년 후 약물 치료를 시작한 윤후는 현재 눈에 띄게 증상이 개선됐다. 어머니 강씨는 “남편은 꼭 병원치료를 해야하냐며 만류했지만 아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엄마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강씨는 치료 시작 전 주치의에게 약물 부작용에 대한 것을 물었다고 한다.

정신과 약물이 어린 아이들에게 안전한지, 중독될 위험은 없는지 등이다. 이소희 교수는 “국내서 사용 중인 약물은 중독될 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꾸준히 복용해도 안전한 약임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고 아동기 ADHD를 방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문제들을 언급했다. 그는 “ADHD는 결코 저절로 좋아지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장애와 불안장애, 품행장애가 심화돼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폭력이나 게임중독 등 부정적 상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도 ADHD의 평균 치료기간은 1년을 못 넘긴다. 약물로 증상이 개선되자 곧바로 약을 끊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를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하며 만성질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교수는 “ADHD는 단시간 내에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며 “만성질환인 만큼 성장기 동안 꾸준히 관심 갖고 주치의와 상의하며 치료계획을 세워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