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트로피를 다시 가져오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그동안 전국구 구단에서 항상 사고만 일으키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이제 그 모든 아픔과 설움을 털어내고 다시 비상을 시작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올 시즌 프로농구 패권을 거머쥐었다. 오리온은 29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대 86으로 대파했다.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2011-2012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2003년 프로 사령탑에 데뷔한 추일승 감독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정규리그 우승 팀 KCC는 2010-2011 시즌 이후 5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눈물을 떨궜다. KCC 추승균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 해 돌풍을 일으키며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인도했으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오리온은 6차전에서 화려한 공격 농구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전반 최다 득점(65점)과 한 경기 최다 득점(120점) 타이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자축했다. 오리온은 1쿼터 초반 접전을 벌였지만 상대의 발이 느린 점을 이용하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백코트가 느린 KCC의 약점을 공략했다. 허일영이 상대 실책에 이은 속공 플레이로 1쿼터에만 11점을 넣었다. 34-27로 앞선 오리온은 2쿼터에서 조 잭슨을 투입했다. 잭슨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2쿼터에만 12점을 올렸다. 외곽에선 문태종이 3점포로 지원사격하며 전반을 65-40으로 크게 앞선 채 마쳤다.
오리온은 3쿼터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잭슨과 문태종, 최진수, 김동욱이 릴레이 3점포를 터트리며 KCC의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3쿼터 종료 6분24초 김동욱의 3점포가 림을 가르며 점수는 77-47, 30점 차로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3쿼터를 마쳤을 때 오리온의 점수는 무려 98점이었다. 오리온 추 감독은 경기 종료 4분56초를 남기고 111-75가 되자 주전들을 모두 빼고 승리를 알렸다.
잭슨이 26점 10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김동욱과 허일영도 각각 23점과 16점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자신보다 무려 24㎝나 큰 하승진을 ‘철벽수비’한 오리온 이승현은 기자단 투표에서 87표 중 51표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고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오리온, 14년 만에 정상 등극
입력 2016-03-30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