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기금도 적극 투자 ‘논란’… 정부, 3대 보험 수익률 제고 추진

입력 2016-03-29 22:33 수정 2016-03-29 22:36

정부가 국민연금 등 4대 연금과 함께 건강보험 등 3대 보험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적립금을 적극 투자·운용키로 했다. 그러나 의료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 자금인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1차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열고 7대 사회보험의 중장기 재정 규모와 수지를 통합적으로 관리·전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중장기 추계를 해 적극적으로 투자·운용하는 국민연금처럼 다른 기금도 적극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자는 것이 요지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건보기금 운용이다. 장기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연금과 달리 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3대 사회보험은 5년 전망만 해 왔다. 수익률도 2%대 선이다.

건강보험은 2011년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와 현재 누적 흑자가 17조원에 달한다. 재정·기금의 조기 고갈에 직면한 정부 입장에서 건보 재정을 적극 활용하고 싶다. 기재부 관계자는 “빠른 고령화로 건보 재정도 2025년 고갈될 우려가 있다”면서 “흑자일 때 적극 운용해 적립금을 증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보와 같은 사회보험은 매년 비용을 갹출해 의료비나 실업급여 등 현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다. 건보의 경우 매년 쓰는 의료비만큼 보험료를 거두는 게 원칙이다. 흑자를 기록하면 안 거둬도 되는 돈을 더 많이 거뒀다는 의미여서 흑자 운영 자체가 문제가 된다. 김철호 건보공단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건보 흑자 17조원 중 5조원은 바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라면서 “나머지 재정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를 늘리는 데 쓰이든가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흑자가 난다면 피보험자인 국민을 위해 써야지 외부에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령화로 보험료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오히려 장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보 재정이 투자에 묶여 필요한 의료비 지급을 어렵게 만들거나 투자손실 발생 시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민영 권기석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