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선박 대여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와의 채무 재조정 등 더 큰 고비가 남아 있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현대상선 채권단과 29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현대상선이 신청한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외부 기관을 선정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현재 현대상선의 채무 약 4조8000억원 중 자율협약으로 유예되는 금융권 채무는 약 1조5000억원이다. 나머지 3조3000억원은 회사채와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이다.
이번 자율협약은 해외 선주와 사채권자 등 채권금융기관 외 이해관계자의 동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재협상, 회사채 투자자인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바로 종료된다.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은 해운업이 호황일 때 장기계약을 한 탓에 화물선을 빌려 쓰는 용선료 지출이 많다. 지난해 매출 5조7686억원 중 1조8793억원을 해외 선주에게 주는 용선료로 썼다. 채권단은 현재 시세보다 5배 이상 비싼 5∼6년 전 용선료를 계속 지불할 경우 현대상선의 재무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용선료 인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협상 중인 용선료 인하 폭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20∼30% 정도만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채권자들의 협력도 절실하다. 현대상선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채권 만기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개시 결정으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번 결정이 향후 용선료 인하와 추가 자구안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살리기의 일환인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30일로 미뤄졌다. 입찰에 참여한 2곳이 비슷한 가격을 써내 비가격 요소를 따지느라 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상진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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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급한 불 끈 현대상선
입력 2016-03-29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