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무소속 파괴력은… ‘與텃밭’ 대구 치열한 내전

입력 2016-03-29 22:17
‘친박 실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대구 달서구 조원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대구·경북 지역 후보자들과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완영 후보, 최 의원, 조원진 곽대훈 후보. 뉴시스
여당의 텃밭인 대구와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지역에서 치열한 ‘내전(內戰)’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와 광주의 선거구는 각각 12곳, 8곳뿐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그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무소속 반란’이 일어날 경우 임기 후반 권력 누수 현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 광주대첩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정체성 논쟁뿐 아니라 호남 주도의 정권교체 가능성과도 직결돼 있다.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후보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된 대구 지역 총선 결과는 향후 여권의 권력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박 패배, 무소속 승리’로 끝날 경우 12개 지역구 중 5곳에 ‘대구 반란’의 깃발이 꽂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진박 후보들은 비장한 결의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막강한 영향권 안에 있는 대구에서 29일 유승민계 의원들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판세는 안갯속이다. 동갑에서 우여곡절 끝에 단수추천 공천을 받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맞붙게 된 류성걸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소속 권은희 의원과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의 북갑도 승패는 예측불허다.

대구 무소속 출마의 중심인 유 의원은 자신의 지역(동을)에 새누리당 후보가 나오지 않게 돼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자신의 정치 행보와 맞물려 있는 류·권 의원 당선을 위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진박 후보와 맞대결하게 된 무소속 주호영(수성을) 의원의 당락도 ‘대구 무소속 바람’의 한 축이다. 주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가운데 여성 우선추천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이인선 전 경북도 부지사가 추격하고 있다.

진박 후보들도 “무소속 바람은 일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 전선을 구축했다. 막판 무공천 결정 위기에 내몰렸던 정 전 장관과 추경호(달성) 전 국무조정실장, 이 전 부지사는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표심 몰이에 들어갔다.

이들 집안싸움 구도와 달리 여야 후보 간 맞대결이 벌어진 수성갑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 지역 수성전에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무소속 반란에 이어 야당의 깃발마저 꽂히게 될 경우 여권으로선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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