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여당 후보로 이 지역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순천시장을 두 번 지낸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가 지역 탈환을 꾀한다. 여기에 순천 출신으로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을 통과한 구희승 변호사가 국민의당 후보로 가세해 치열한 삼파전이 진행 중이다. 순천은 여전히 야세(野勢)가 강한 목포 등 서부지역에 비해 ‘기호 2번’ 지지세가 약한 편이지만, 이 후보의 고향 곡성이 선거구 획정에서 떨어져 나간 점이 변수다. 이 후보로서는 더 어려워진 점이 있지만 야권 분열의 구도가 만들어진 건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진심으로 승부하는 ‘소부겸’…호남 여당중진 저력 입증하겠다”는 李=이 후보는 오전 10시 순천제일대 총학생회 출범식에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 점퍼를 입고 나타나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소 열세로 나왔지만 “지난 선거 때도 처음에는 졌다. 진심이면 통한다는 신념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했다가 지역주의의 벽을 체감한 이 후보는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으로 옮겨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호남 유일’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 1년8개월 동안 220번 이상 비행기를 타고 서울과 지역구를 오갔다. 마을을 찾아 ‘막걸리 토크’를 열고 현장을 누볐다”고 말했다. 지역구에서 그의 별명은 ‘소부겸’이다. ‘소탈하고 부지런하고 겸손하다’의 준말이라고 한다.
이 후보는 “여당의 3선 의원(중진)이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며 “호남 사람들 목소리를 새누리당 안에서도 제대로 반영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두 번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 예결위원을 6번 지낸 ‘예산통’임을 강조하며 ‘힘 있는 정치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순천의 숙원 사업이던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를 마무리하고 광양만권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 유치에도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순천의 택시기사 송모(53)씨도 “이 의원이 선거운동뿐만 아니라 예산 확보 등 지역구도 열심히 챙기는 모습들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했다.
◇“2번 시장 역임 ‘지역통’…朴정부 심판하겠다”는 盧=노 후보는 오후 1시 지역 경로당을 찾아 안마봉사를 했다. 고졸 출신 대검 중수부 검사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해 16대 총선에서는 낙마했지만 이후 순천시장을 두 번 역임했다. 당내 경선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1호’로 이름을 날린 김광진 의원을 꺾었다. 경쟁자인 이 후보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역구를 누비는 동안 노 후보는 배낭을 메고 지역 주민들과 만났다.
그의 정치 이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생태’다. 시장 재임 당시 순천만 습지 재생사업과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 생태 중심 시정(市政)으로 순천의 도시환경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지역주민 고모(72)씨는 “노 후보가 시장 시절 일을 열심히 했다. 순천의 환경을 많이 개선시켰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도 노 후보는 순천만 생태 복원 및 구도심 재생사업 등을 통한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 후보는 이 후보와의 대결에 대해 “순천 일을 노관규 이상 잘하는 사람은 없다”며 “내 컬러(색깔)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이어 “현 정권의 실정도 심하고 현 집권 여당이 그 많은 의석과 영향력을 가지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 심판론도 내세웠다.
◇거대 양당 심판하겠다는 ‘순천의 인재’ 具=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구 후보도 이날 시가지를 돌며 아침인사와 방송 인터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호남을 외면한 거대 양당 심판론을 내세우는 한편 경제 관료로서의 15년 경력 등 경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강조했다.
순천=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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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3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