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의 의원들은 세비와 다른 수입을 합쳐 연평균 100만 달러(11억7000만원)를 번다. 미국인 평균 연봉의 18배다. 거액 기부자와 기업가는 의원들이 만든 부자감세법으로, 금융자산가는 자본이득세 감세안에 박장대소하고 있다. 그들과 의원을 연결하는 입법 로비스트 역시 공생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밤이면 화려한 파티에서 어울리고 워싱턴을 그들만의 공간으로 만든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세계 정치 1번지 워싱턴의 이러한 풍경을 ‘의원-부자-로비스트의 거대한 협동조합 체제’라고 비꼬았다. NYT가 언급한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을 말한다. NYT는 공화당이 핵심 지지층인 ‘블루칼라 백인’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에서 “공화당 주류가 부자와 거액 기부자만 챙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선거 때마다 표를 주고, 자신들을 당선시켜 워싱턴으로 보내준 백인 블루칼라를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그동안 백인 블루칼라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표를 준 것은 불만의 화살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향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시간주 공장지대와 버지니아주 탄광지대 등 백인 블루칼라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 성인 5명 중 1명은 정부의 사회보장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인 메디케어에 의존해 살지만, 공화당은 두 혜택을 확충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공화당은 2008년 불거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문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월스트리트의 ‘돈 욕심’에서 빚어진 문제인데도 연방정부의 정책 실패로 몰아갔고, 결국 월스트리트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화답했다.
보수 주류의 ‘그들만의 공생관계’는 위스콘신주 하원의원 출신인 46세의 폴 라이언을 지난해 10월 하원의장으로 전격 옹립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라이언은 하원 예산위원회와 세입위원장을 지내며 현재의 부자감세, 자본소득 감소, 메디케어 축소 등의 일련의 ‘부자입법’을 주도했다.
공화당의 ‘남 탓하기’는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백인 블루칼라는 일자리 걱정 때문에 이민규제 강화를 내건 트럼프를 지지하는데 트럼프가 과장된 언어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산 상품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트럼프의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에 대한 비난에 환호하는 것인데도 공화당 주류는 아직 거기에 눈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략고문인 매튜 다우드는 NYT와 인터뷰에서 “백인 블루칼라는 부자만 배불리고 자신들을 일터에서 쫓아낸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겠다는 사람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게 바로 트럼프”라고 말했다. 한 블루칼라 백인도 “비로소 부자가 아니라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라고 트럼프 지지 이유를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美 공화당은 ‘부자 협동조합’… 그들이 트럼프 키웠다
입력 2016-03-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