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美제국이 주는 선물 필요없다”… 오바마의 쿠바 방문 이후 닷새만에 기고 통해 입 열어

입력 2016-03-29 21:33

쿠바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90·사진)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쿠바 방문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28일(현지시간) 국영매체 그란마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제국이 주는 어떤 선물도 필요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22일 쿠바를 국빈방문하면서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한 뒤 쿠바 국민에게 TV 생중계 연설을 하고, 미국-쿠바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전 의장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다음에는) 그를 만나고 싶다”고 밝히고 쿠바를 떠났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닷새 만에 1500자 분량의 편지 형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장황하게 밝혔다. ‘오바마 형제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TV연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 미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1961년 쿠바침공 이후 미국의 쿠바정부 전복 시도가 무수히 많았고, 60년 가까이 무자비한 봉쇄와 용병들의 공격으로 많은 쿠바인이 죽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동안 심장마비에 걸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를 돌아보고 쿠바 정치에 정교한 이론을 들이대지 말 것을 제안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식량과 물질적 부를 생산할 수 있다”며 “누구도 쿠바 국민이 이룩한 교육적, 과학적, 문화적 성취를 포기할 것이라는 미련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59년 쿠바혁명으로 집권한 이후 쿠바에 있던 미국계 회사들을 국유화하고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이후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2008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 의장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그는 형과 달리 시장경제 체제를 일부 도입하는 등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