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유럽… 유커도 발길 끊어

입력 2016-03-29 22:14
“브뤼셀 테러 소식을 듣자마자 수학여행을 취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럽에 이미 400명의 테러리스트가 있다더군요.”

미국 오하이오주 리킹 밸리 고등학교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하일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말이다. 이 학교는 이틀 뒤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때문에 파리는 아예 일정에서 뺐다.

파리와 브뤼셀에서 급진주의 무장단체의 테러가 발생하면서 유럽으로 향하던 관광객 행렬이 주춤하고 있다. 더 이상 유럽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숙박통계업체 STR에 따르면 브뤼셀에 있는 호텔의 객실이용률은 테러 전날 밤 82%에 달했지만 테러 발생 후 25%로 떨어졌다. 유럽의 다른 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4일 기준 런던과 파리의 호텔 객실이용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 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관광산업 성장률은 이미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유럽의 올해 관광객 증가율이 3.5∼4.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증가율인 5%에 못 미치는 수치다.

관광업계의 ‘큰손’ 중국인도 유럽을 겁내긴 마찬가지다. 테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2월 파리의 호텔에 묵은 중국인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이상 적었다. 1∼10월에 전년보다 46% 증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독일 함부르크 소재 중국관광연구소 볼프강 아를트 대표는 “중국인에겐 프랑스든 이탈리아든 독일이든 똑같이 안전하지 않은 유럽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