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수저 기득권’ 드러난 로스쿨 입시 확 뜯어고쳐라

입력 2016-03-29 17:55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로스쿨에 자리 잡은 ‘금수저 기득권’을 폭로했다. 현직 로스쿨 교수이면서 ‘현대판 음서제’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뒤를 이어 서울의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도 “입시 청탁 전화를 하도 많이 받아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로스쿨 입시의 공정성은 100점 만점에 40점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충격적이다. 이런 내부 고발이 터져 나올 지경이라면 법조인 양성 기능을 절대 감당할 수 없다. 그러도록 놔둬서도 안 된다.

신 교수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로스쿨을 가리켜 “입학부터 취업까지 ‘있는 집’ 자제에게 너무나 완벽한 제도이자 철저하게 로스쿨 교수를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 변호사 아들이란 식의 입시 청탁이 쇄도하고, 전형은 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붙여줄 만큼 허술하며, 그렇게 입학한 이들은 졸업 후 금수저 인맥을 통해 대형 로펌에서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했다. 이들을 매개로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기에 교수도 나쁠 게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 두 교수의 지적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손에 쥐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6주간 전국 로스쿨 25곳의 신입생 선발 과정을 전수조사했다. 당초 부정입학 의혹이 일었던 곳만 조사하려다 문제가 간단치 않아 전체로 확대했고, 그렇게 조사해보니 너무 심각한 지경이어서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신분을 드러낸 경우가 다수 확인됐고, 그러지 못하게 방지하는 학칙조차 없는 곳이 많았으며, 채점 기준도 없이 면접을 실시한 로스쿨마저 있었다.

교육부는 전수조사로 찾아낸 불공정 입학 사례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로스쿨에 40점을 준 교수는 “로스쿨 입시가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수위를 조절해가며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났다. 로스쿨 폐지론이 불거질까봐 땜질을 택하면 더 거센 후폭풍과 맞닥뜨리게 된다. 개혁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속살을 드러낸 뒤에 하는 것이다.

지난해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힘을 얻자 로스쿨은 등록금을 15%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올 들어 논란이 잠잠해지자 등록금을 낮추되 장학금을 깎겠다고 말을 바꿨다. 교육부가 반대하니 서울대 로스쿨은 장학금을 줬다가 기부금으로 돌려받는 ‘약속장학금’을 들고 나왔다. 이런 숫자놀음은 이제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등록금 장벽보다 더 높고 견고한 불공정 카르텔의 장벽이 드러났다. 로스쿨 입시 전반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동시에 로스쿨 출신을 백안시하는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 그중엔 금수저 기득권과 당당히 경쟁해 관문을 통과한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상한 꼬리표가 붙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불공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