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분 1초 급한데 구급차는 없고… 소방차 몰고 환자 구한 소방관들

입력 2016-03-29 21:49 수정 2016-03-29 21:55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어요.”

지난 13일 0시22분쯤 다급한 목소리가 119방재센터 종합상황실에 울렸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강모(50)씨가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송파소방서 잠실119안전센터 직원들은 서둘러 출동을 준비했다.

그런데 타고 갈 구급차가 없었다. 안전센터에 있는 구급차 2대 중 1대는 다른 현장으로 출동했고, 나머지 1대는 사이렌 고장으로 수리 중이었다. 대기 중인 구급대원 2명이 있었지만 구급대원은 구급차를 타고 출동해야 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전정환(53) 팀장 등 화재진압대원 5명이 화재진압용 펌프차를 타고 현장으로 달렸다.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강씨 얼굴은 까맣게 변해 있었다. 심장이 멈춰 근육은 점차 경직되고 있었다. 곧바로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수차례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딱딱했던 가슴에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강씨 입에서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이 새어나왔다.

넓은 거실로 옮겨 전기충격기로 심장을 압박하면서 인공호흡을 이어갔다. 심장이 멈춘 지 5분쯤 지났을 때였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멈춘 뒤 5분이 지나면 뇌손상을 입을 확률이 커진다. 대원들은 지원 요청을 받고 달려온 가락119안전센터의 구급차에 강씨를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급박했던 상황은 정리됐지만 소방서로 돌아가는 대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강씨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행히 지난 25일 강씨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 팀장은 29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함께 출동한 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