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명을 가진 것은 흙(자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어떤 생명이든 그 활동은 흙을 중심으로 물과 공기, 햇빛이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흙은 생명의 모태, 어머니인 것입니다. 흙은 새싹을 키우고 자라게 합니다. 씨앗과 새 뿌리를 뜨거운 햇빛이나 위험에서 보호하기도 하고, 물을 저장했다가 적당량을 마시게도 합니다. 새 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게 요리했다가 적당량을 공급해 주는 일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모여서 황금 들녘을 만들고 하늘을 찌르는 나무를 키우는 것입니다.
흙은 풍수해를 막고 산소를 생산하며 아황산, 아질산 같은 독성가스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합니다. 증발산으로 기온을 낮추고, 습도를 부여해 토지의 사막화를 방지하기도 합니다. 해독물질을 정화시켜 무해하게 하거나 독성이 강한 중금속 성분을 받아들여 무독한 다른 꼴의 화합물로 변조시키기도 합니다.
흙이 제 일을 다 해낼 수 있도록 보살피지 못해 번영했던 메소포타미아가 지금의 중동사막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무서운 역사입니다. 자식을 위해 어머니가 하는 일이 많듯 흙이 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흙은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어머니요, 지구환경의 처음이며 마지막입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6∼28)
본문에서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은 사람이 하나님을 대리하여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다스린다’는 것은 모든 피조물이 더 좋게 어우러져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나라를 이루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편에서 볼 때 모든 피조물은 돌봄의 대상이지 지배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는 특권을 가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일 뿐입니다. 땅을 정복하라는 것은 지배하고 착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피조물을 관리하고 돌보라는 의미입니다. ‘번성하고 충만하라’고 축복하심과 동시에 인간에게 관리의 책임을 부여한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사람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화학원소는 흙을 구성하고 있는 화학원소와 일치합니다. 흙으로 사람을 지었다는 말씀이 오늘날 과학으로도 입증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땅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신토불이 신앙’이 회복되기를 축원합니다.
서종석 전남 함평전원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신토불이 신앙
입력 2016-03-29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