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이 지난 20년 동안 급전직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구조개혁 중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하락폭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 포인트였다. 이는 OECD에서 자료가 있는 30개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의 5.8% 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다. 가계소득 비율 자체도 30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에서 4위로 낮았다. 그 탓에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긴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소득 격차가 모든 부문에서 악화되고 있고, 국제비교에서도 가장 심각한 편이라는 통계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불평등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이 만든 불평등한 고용구조”라면서 “하청구조의 정점에 있는 초대기업이 고용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순이익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간, 그리고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원천적 분배를 공정하게 바로잡는 게 근본적 해법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의 ‘갑질’, 즉 원·하청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대기업이 중소 하청기업에 임금인상분으로 납품대금을 추가적으로 인상토록 하는 것이다. 다만 대기업 노조의 자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중소기업 육성책의 전성시대였던 80년대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90%를 넘었다. 현재 60%를 밑돈다. 다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주요 정당의 4·13총선 정책 공약을 보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재분배, 즉 복지정책에도 역점을 두고 있지만 원천적 분배와 경제민주화에는 관심이 시들해진 느낌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심지어 24년 전 미국 민주당의 선거 구호인 ‘문제는 경제다!’를 들고 나왔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청년들의 분노를 생각해 보면 이제 선거 구호는 ‘문제는 분배야, 멍청아!’로 업데이트해야 할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문제는 분배야, 멍청아!
입력 2016-03-29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