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덕환 <6> “현실에 만족 말고 하나님 주신 사명 찾아보자”

입력 2016-03-30 18:24
이화식품을 운영하던 시절, 큰아들 재권이가 열두 살 아래 동생 재성이를 안고 있다.

잡화를 파는 이화식품은 문전성시였다. 나에 대한 소문도 어떻게 퍼졌는지 일부러 찾아주는 주민도 있었다. 아내는 여전히 삯바느질을 하면서 교회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이런 우리 부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반신을 쓸 수 없지만 재활 의지와 노력으로 손까지 쓸 수 있게 된 내가 둘째 아들을 얻은 것이다. 이웃 사람들이 더 놀라워했다.

나는 이것이 분명 하나님이 우리 부부에게 주신 선물이고 기적이라고 믿었다. 사연은 이렇다.

우리는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으로 이사한 뒤 구로중앙교회에 출석했다. 1980년 첫 달부터 아내는 교회 철야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해 기도를 했는데 마지막 주간 기도 가운데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여보, 집에 예쁜 흰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예수님이 오셔서 제게 임신을 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내가 깜짝 놀라서 내게 한 말이었는데 그것이 정말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우리 부부가 합심으로 기도한 덕이기도 했지만 내가 열심히 운동해 체력을 기른 결과, 얼마 전부터 부부생활이 가능해진 결과였다. 아내가 임신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믿음이 약한 나는 노심초사했다. 난 여전히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이니 아이도 혹시 장애아로 태어나지는 아닐까 걱정했다. 그러나 둘째 재성이는 염려와 달리 건강하고 튼튼하게 태어나 우리를 기쁘게 했다.

아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선물을 주시고 가게도 잘되게 해 주시니 내가 신학을 공부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목회자가 안 되더라도 하나님을 섬기고 봉사하려면 신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나는 둘째도 태어나고 했으니 재정적으로 안정을 얻어야 하는데 잘되는 가게를 그만둘 수 없지 않느냐며 반대했다. 그리고 가게 일에 더욱 열심을 냈다. 가게가 안정을 찾을 무렵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선물을 많이 주셨는데 이렇게 가게만 운영하며 현실에 만족해야 할 것인가. 내게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명이 있을 것인데 그 일을 기도하며 찾아보자.”

가게는 직원을 하나 구해 맡기고 교회 출석을 열심히 하면서 병원 등을 찾아다녔다. 나의 간증을 들려주며 실의에 빠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난 대중교통을 탈 수 없으니 삼발이 오토바이를 한 대 사서 직접 운전하며 병원을 찾아다녔다.

“난 사고로 목 아래 전신마비가 되었다가 예수를 영접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많이 건강해져 이렇게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낙심하지 마시고 기도하세요.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특히 척추를 다쳐 반신마비가 된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큰 힘을 얻는 것 같았다. 일부러 나를 찾아와 확인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는 인천에 산다는 한 장애인을 만나러 갔다. 작은 월세방에서 어머니가 행상으로 벌어오는 돈으로 끼니를 잇는다는데 용변도 처리하지 못하니 방안에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는 이 형제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었다.

“중증장애를 가진 것만으로 평생 방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들이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최소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불구를 숨기고 싶어하는 부모나 형제 때문에 장애인들이 더 나약하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난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주고 싶었다. 찾아보면 장애인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안타깝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향해 지혜를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응답을 받았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