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공천 파동을 겪은 새누리당에서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 회수 잡음이 일었다. 새누리당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원들에게 선거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 대통령 사진을 반납해 달라고 요구하자, 당사자들은 즉각 거부한 것이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28일 유승민, 류성걸, 권은희, 주호영 의원에게 ‘대통령 존영 반납의 건’이라는 공동선대위원장 명의의 공문을 전달했다. ‘2013년 6월 의원 사무실에 배부한 대통령 존영을 3월 29일까지 대구시당에 반납해 달라’는 내용이다. 존영(尊影)은 사진이나 화상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진도 당의 재산이니 탈당한 이상 돌려줘야 한다고 회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의원들은 “자진 반납할 의사가 없다”면서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기가 막힌다. 너무나 옹졸하고 유치한 발상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갈등의 핵심에는 ‘박근혜 마케팅’이 자리 잡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구 지역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을 사진을 걸어서라도 이용하려는 무소속 의원들과 이를 막아보겠다는 새누리당이 충돌한 ‘지나가는 소도 웃을 만한’ 해프닝이다.
대통령 사진을 돌려 달라고 하는 여당이나 절대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의원들이나 보기에 민망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탈당 의원들이 대통령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놓는 것조차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아예 회수해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대통령 사진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무소속 의원들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논란이 커지자 권성동 중앙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29일 “개인적으로 존경해 사진을 붙여놓은 것을 떼라 붙여라 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며 ‘대통령 존영 반납 요구’를 철회했다. 코미디도 이런 3류 코미디가 없다. 이러니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극도의 혐오를 느끼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집권당 수준이 참으로 한심하다.
[사설] 대통령 사진 반납하라는 쪽이나 못주겠다는 쪽이나
입력 2016-03-29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