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이 선내 대기 지시했다”

입력 2016-03-28 21:43 수정 2016-03-29 00:46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파란색 모자 쓴 사람)이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대기 방송이 청해진해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이 최초로 공개됐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차 청문회를 열었다.

2차 청문회 이틀 일정의 첫날 선내 대기 방송을 담당한 당시 세월호 여객부 직원 강혜성씨는 양대홍 여객부 사무장(사망)과 나눈 무선 내용을 밝혔다. 강씨는 “양 사무장이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다.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본인 판단과 양 사무장의 지시로 선내 대기 방송을 했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청해진해운이 선내 대기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한 것이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양 사무장의 당시 진술로 청해진해운에서 선내 대기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이 확인됐다”면서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침몰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깊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준석 당시 세월호 선장은 침몰 사고 당시 ‘퇴선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그간의 진술을 바꾼 것이다. 이 선장은 “탈출하기 전 2등항해사에게 퇴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서중 특조위원이 ‘검찰 조사에서는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지시를) 안 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선장 등 당시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의 대피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증인으로 참석한 조준기 당시 조타수는 “강원식 1등항해사 등 선원들이 승객이 물속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해경이 올 때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대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강 항해사는 “해경이 오면 승객들을 다 구조하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앞서 특조위원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운항·교신 기록이 편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의혹 내용도 그대로였고, 답변 내용도 그대로였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의혹과 답변은 별로 진전이 없었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29일 특조위는 청해진해운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당시 세월호 운항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추궁한다. 또 미수습자 유실 방지 대책 등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인양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