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오세훈 ‘탈환’ VS 더민주 정세균 ‘수성’… ‘정치 일번지’ 종로서 명운 건 빅매치

입력 2016-03-28 21:15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왼쪽)가 28일 서울 종로문화체육센터를 방문해 유권자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고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8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봉사 활동을 하던 중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지훈 기자
청와대를 품고 있는 ‘정치 일번지’ 서울 종로에서는 두 여야 거물이 정치인생 최대 교두보 마련을 위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를 이기면 대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 5선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도 오 후보를 누르고 생환하면 당내 입지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 28일 종로에서 마주한 민심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했다.

◇吳, 서울시장 경력 ‘양날의 검’=오전 9시30분. 출근인사를 마친 오 후보가 종로구 종로문화체육센터에 들어섰다. 정치 입문 전부터 TV를 통해 얼굴을 알린 데다 서울시장을 두 차례 역임한 오 후보는 스스로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김병희(79)씨는 오 후보에게 “여론조사가 잘 나와 좋다”고 격려했다. 오 후보는 “여론조사만으로는 안 된다. 도와주셔야 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센터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효자동에 사는 안금연(69·여)씨는 “시장을 해본 사람이 국회의원도 잘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제철(59)씨는 “젊은 사람이 잘 돼야 한다. 대권 도전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무상급식 파동 당시 서울시장직 사퇴에 대한 반감은 오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새누리당 지지자인 박모(85·여)씨는 “오 시장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 아니냐”며 “국회의원도 힘들면 그만둘 것 같아 믿음이 안 간다”고 했다.

오 시장은 “시장 시절 제안했던 율곡로 개선 사업과 신분당선 착공 등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싶어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상 우위에 대해서는 “2010년 시장 선거 때도 크게 앞서다가 막판에 질 뻔했다”며 “여론은 물결치듯 움직이기 때문에 끝까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계신데…지금은 대선을 생각할 시기가 아니다”고 했다.

◇丁, 당 신뢰도 회복·후보 단일화가 변수=오전 11시30분.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배식봉사에 나선 정 후보는 “바닥 민심이 아주 좋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5선 국회의원에 두 차례 야당 대표를 지낸 정 후보 역시 인지도 면에서 오 후보에게 뒤지지 않았다. 정 후보가 건넨 수저를 받아든 노인들은 “의원님 숟가락 주시느라 힘드시겠다” “꼭 당선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 후보는 최근 10개월간 의정보고회를 100회 개최하는 등 착실히 바닥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복지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 후보의 ‘창신·숭인지구 뉴타운’ 지정 해제를 긍정 평가했다. 숭인동 주민 김산승(79)씨는 “40년 산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정 의원 덕분에 뉴타운에서 해방됐다”고 말했다. 창신동에 사는 이희우(68·여)씨도 “정 의원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큰 일을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더민주의 신뢰도다. 정 후보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인상키로 한 당의 노인 공약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한 70대 남성은 “야당이 할 수 있겠느냐. 대통령에게 한 번 속은 노인들이 또 속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60대 이모씨도 “지금 야당을 보면 표를 줘도 되는지 싶다”고 했다.

야권연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와 주민 배심원 평가를 50대 50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태순 후보는 “여론조사 방식은 결국 내게 사퇴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갈등연구소장을 지낸 박 후보는 “종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목적으로 잠시 왔다 가는 사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신분당선 착공을 비롯해 그동안 추진해온 일을 완결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가 민심과 다르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어 오 후보를 겨냥해 “대선 이슈로 총선을 오염시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뉴스·KBS·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가 지난 20∼23일 지역구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8.5%)에서는 오 후보(45.8%)가 정 후보(28.5%)를 17.3%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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