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이색 로맨스’… 기발한 상상력,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

입력 2016-03-29 20:21

애니메이션 ‘아노말리사’는 어린이 관객층의 동심을 파고드는 영화가 아니다. 중년 남성 마이클의 외롭고 지루한 삶, 그가 만난 영혼의 반려자 리사와의 관계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했다. 등장인물은 수없이 많지만 들리는 목소리는 세 명뿐이다. 마이클과 리사의 목소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배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결같이 억양 없는 단조로운 어투다.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를 쓴 유명 작가인 마이클은 강연을 위해 미국 신시내티로 출장을 떠난다. 공허함을 못 이겨 옛 애인을 만났으나 낭패만 본 뒤 더 깊은 우울증을 느낀다. 우연히 제과회사 세일즈 담당자 리사와 마주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설레는 감정이 끓어오른다. 마이클은 리사와 함께 있으면 권태로운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고 직감한다.

낯설고도 흥미로운 스타일의 로맨스는 외롭고 실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1000개가 넘는 작은 인형의 움직임을 11만8089개의 프레임으로 촬영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쓴 찰리 카우프만이 공동 제작·연출한 작품으로 제72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9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