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표심 오락가락… ‘이슈’에 흔들렸다

입력 2016-03-28 21:39

역대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국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선 이전보다 10석 많은 122석이 수도권에 걸려 있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야권 분열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야당의 완패’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오락가락’ 수도권 민심=수도권이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이유는 대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데다 영·호남 지역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네 차례 총선 중 16, 19대에선 여야의 전체 성적표와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127석, 106석을 얻으면서 ‘여당 승리’라는 결과를 보였지만 수도권에선 야당이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43석(38.4%)에 그친 데 반해 민주통합당은 65석(58.0%)을 차지했다. 전체 판세와 다르게 이명박정부 후반기 ‘정권 심판론’에 힘이 더 쏠린 것이다.

16대 총선은 전체 지역구 227곳 중 112곳을 차지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승리였지만 수도권 민심은 새천년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97개 지역구 중 40곳(41.2%)을 가져가는 데 그쳤고 새천년민주당은 56석(57.7%)을 획득했다.

나머지 17, 18대 총선은 각각 탄핵 역풍과 뉴타운 공약 바람이 거셌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어닥친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수도권 109석 중 76석(69.7%)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2개월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은 ‘뉴타운 공약’ 바람을 탄 한나라당이 수도권 111석 중 81석(73.0%)을 거머쥐며 압승했다.

◇20대 총선에선 어느 편 들어줄까=전문가들은 당초 여야의 대결 프레임 자체는 야당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근혜정부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 분열로 이런 관측은 힘을 잃게 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8일 “정권 심판 기류가 효과를 보이는 정권 후반기 선거이지만, 심판의 회초리가 부러져 있어서 위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에선 이번 총선의 악재로 ‘유승민 공천 파동’ ‘윤상현 취중 막말’로 대표되는 공천 내홍을 꼽는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은 “야당 후보가 두 명이라고 해서 야권 지지 표까지 반으로 쪼개지진 않는다”며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정당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당의 공천 파동이 수도권 판세를 요동치게 할 정도의 악재로 비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책 이슈’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 모두 ‘올인’하고 있는 경제 문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불붙었던 무상급식 논란과 같은 파급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가 급물살을 타는 등 돌발 변수가 없다면 여당의 낙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당의 공천 파동은 집안싸움 성격이 강한 데다 휘발성이 있는 이슈도 없다보니 핵심 변수는 야당에 불리한 야권 분열 구도로 좁혀졌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