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드’ 연타석 홈런… 지상파 울린 tvN

입력 2016-03-29 20:07



케이블 방송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티비엔 티비텐”이란 말이 귀에 맴돌 때가 있을 것이다. tvN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으면서 만든 짧은 로고 멘트다. 케이블 TV 역사는 20년을 넘어 섰고, tvN은 10년을 이어왔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이제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지상파 위협하는 ‘케드’ 절대 강자=‘미생’ ‘응답하라 1988’(응팔) ‘시그널’은 시청률만 높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미생’은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줬고, ‘시그널’은 장기미제사건 해결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응팔’은 전 사회에 걸쳐 아날로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과 복고 열풍을 불러왔다. 모두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드라마였다.

세 드라마의 잇단 성공은 tvN을 ‘드라마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두루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케이블 드라마에 관심이 없던 중장년층까지 시청층으로 끌어들이게 됐다.

tvN 드라마의 미덕은 지상파에 비해 시청률에 쫓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극적이기만 한 ‘막장 드라마’는 지양한다. 대신 10∼30대를 겨냥한 로맨스물(‘로맨스가 필요해’ ‘오 나의 귀신님’ 등), 독특한 콘셉트의 시트콤(‘막돼먹은 영애씨’), 액션이나 판타지나 스릴러(‘나인’ ‘피리 부는 사나이’) 등 장르물을 전략적으로 편성한다. 생방송에 버금갈 정도로 쪽대본 폐해가 큰 지상파와 달리 절반 정도 사전제작이 이뤄진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런 제작환경은 스타들도 케이블 TV로 불러들이게 됐다. 김혜수(시그널), 전도연과 유지태(가제 ‘굿와이프’·방송 예정), 고현정(가제 ‘디어 마이 프렌즈’·방송예정) 등 방송에서 보기 힘든 톱스타를 섭외할 정도가 됐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톱스타들의 케이블 드라마 출연은 ‘tvN 드라마의 작품성을 믿는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케이블 드라마 출연이 젊고 핫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에 시청률이 밀리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광고 단가가 지상파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방송 광고만으로는 수익을 맞추기 힘들다. 그래서 간접광고(PPL)가 너무 많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탄탄한 대본, 탁월한 연출로 완성도를 높인다고 해도 지나친 PPL이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착한 예능과 B급 예능의 혼재=나영석 PD표 착한 예능과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처럼 B급 예능이 공존하고 있다. 나 PD의 예능은 시청률 면에서 지상파 예능을 뛰어 넘고 있다. tvN식 B급 예능은 여전히 마니아들의 열광을 받는다. 시청률과 마니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셈이다.

나 PD는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와 같은 저 자극 예능을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최근 예능은 빠르게 변하고, 독하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나 PD식 예능은 다소 심심하다. 나 PD 스스로 자신이 만든 예능에 대해 “딴 짓 하면서 볼 수 있고, 다른 채널 돌렸다가 다시 돌아와도 계속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먹혔다. 나 PD 예능은 심심한 듯한 상황에서 재미를 찾아낸다. 빠르게 변하는 예능 판도를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서진, 차승원, 유해진과 같은 배우들을 끌어들인 것도 나 PD 예능의 힘이다. ‘삼시세끼 어촌편2’는 케이블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인 13.9%를 달성하기도 했다. MBC ‘무한도전’보다 광고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집밥 백선생’ ‘수요 미식회’도 tvN이 만들어 낸 착한 예능 계보를 잇고 있다.

착하기만 한 건 아니다. 케이블 예능의 맛도 아직 잃지 않았다. ‘SNL 코리아’와 ‘코미디 빅리그’는 여전히 B급 예능과 가장 트렌디한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주로 다루는 토크쇼 ‘택시’도 다소 저렴한 예능의 계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이지는 못 하고 있다는 게 약점이다.

이명한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tvN본부장은 “올해 개국 10주년을 맞아 더욱 적극적인 투자, 치열한 노력으로 tvN이 도약하는 전환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