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 사람을 죽였어요.” 준 재벌가의 아름다운 며느리 천은주(조여정)가 살인을 고백하며 드라마가 시작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젊고 똑똑하고 매력적인 여자 장석류(신윤주)가 화목한 가정에 베이비시터로 들어오면서 천은주 부부의 삶에 균열이 생겼다. 남편 유상원(김민준),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 표영균(이승준)이 장석류와 삼각관계가 됐다. 네 사람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KBS 4부작 드라마 ‘베이비시터’의 큰 줄기는 이렇다. 불륜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장르 드라마인데 도입부부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 한다. 불륜, 살인 등의 소재 탓에 ‘19금’(19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였으나 파격적으로 월·화요일 밤 10시 시간대에 편성됐다. ‘무림학교’가 조기종영하면서 후속작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편성이었지만 드라마는 의외로 화제를 모았다.
반전이 거듭된 극의 전개도 흥미로웠지만 화제를 모은 데는 감각적인 연출 덕이 컸다. 배경이 되는 천은주의 집 서재와 화원, 복잡한 구조의 한옥인 시댁, 살인을 고백하는 장소인 시골 성당 등 공간만으로도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주제곡인 포크 가수 김사월의 ‘머리맡’ 등 삽입곡들과 장면마다 흐르는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색감, 독특한 카메라 앵글까지 매 회 한 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었다.
완성도가 높다보니 극 중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소개되는 장석류 배역의 적절성 논란까지 일었다. 장석류 역의 신윤주는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에 깊이 없는 발성으로 못 봐줄 ‘발연기’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신인배우 신윤주가 맡기엔 ‘벅찬’ 캐릭터였다는 평가다.
단막극은 실험적인 극본을 선보일 수 있고, 파격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통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단막극의 근본적인 한계였다. KBS는 단막극의 길이를 다소 늘리는 변화로 재미를 보고 있다. 호흡이 짧은 영상물에 익숙한 10∼30대가 주된 공략층이 됐다.
지난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3부작으로 방송되는 ‘페이지터너’도 단막극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피아노를 둘러싼 10대 청춘의 아픔, 절망, 희망을 다룬 이 드라마는 빠른 전개와 공감 가는 스토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은 3%대로 낮지만 단막극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배경수 CP는 “앞으로도 4부작, 8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단막극을 선보이면서 KBS의 단막극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문수정 기자
‘베이비시터’ ‘페이지터너’ 3∼4부로 늘린 KBS 단막극, 파격 실험으로 젊은층 공략
입력 2016-03-29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