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금융권 최다 점포망을 자랑한다. 은행지점만 아니라 단위농협들이 섬마을까지 없는 곳이 없다. 그만큼 관리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불과 3년 전만 해도 농협은 ‘대포통장의 대명사’였다. 2013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대포통장 계좌 가운데 63.8%에 단위농협을 포함한 농협 직인이 찍혀 있었다.
그러던 농협이 금융감독기관의 칭찬을 받기에 이르렀다. 금감원은 28일 대포통장 신고 포상금을 안내하면서 농협 사례를 강조했다. 금감원은 대포통장 모집책들의 SNS 메시지(사진)를 갈무리해 공개했는데, “대포통장을 팔라고 요구하면서도 모니터링이 철저한 농협 통장은 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모집책들은 “농협을 제외하고 어떤 은행이든 등록 가능”이라거나 “농협이랑 지방은행만 제외”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농협은 2014년 4월, 보이스피싱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새로 만든 통장을 모니터링하다 의심이 가면 즉각 지급정지를 취하는 초강수를 뒀다. 신규 통장 개설 때도 월급 명세서나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등을 요구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소득이 증명돼야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선진 뱅킹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농협의 전쟁은 수사기관이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농협이 보이스피싱 예방 공로로 받은 감사장만 30개가 넘는다. 농협 관계자는 “우리가 전쟁을 벌이자 대포통장이 우체국이나 증권사 계좌로 옮아가는 풍선 효과까지 일부 있었다”며 “대포통장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농협 ‘대포통장과 전쟁’서 완승… 대포통장 모집책 “농협 계좌는 취급 안해”
입력 2016-03-28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