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3개월 전 미달 사태로 충원하지 못했던 감염병 역학조사관을 이번에도 계약직으로 뽑는다. 정규직으로 역학조사관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직후의 약속은 지킬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부는 최근 ‘역학조사 담당 전문임기제 채용 공고’를 내고 ‘가’급 5명과 ‘나’급 8명을 뽑는다고 28일 밝혔다. 모두 의사 면허가 있어야 한다. 가급은 6년, 나급은 2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다.
이번 채용은 지난해 다 채우지 못한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가급 7명, 나급 18명, 다급 5명을 뽑는 채용 공고를 냈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관 30명을 채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한 차례 미달 사태를 겪고 채용돼 현재 근무 중인 인원은 가급 2명, 나급 10명, 다급 5명이다. 가장 전문성이 필요한 가급은 5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미 채용된 가급 중 1명은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이 역학조사관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계약직 신분’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에서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뽑겠다고 공언했었다. 또 특수직렬인 ‘방역직’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공식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과 상관없이 ‘계약직 역학조사관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 12월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규직 공무원의 신분이 인정되며 최장 10년까지 근무가 가능하고 10년 이후에도 재임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계약직 신분인 역학조사관이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예방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계약직 형태로 계속 발령이 나면 의사 입장에서는 계속 있어야 할 자리인지 의문이 들 것”이라며 “평상시에는 기존 직원의 일을 돕는 역할을 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누가 장기 근무를 생각하고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단독] 정규직 역학조사관 ‘헛구호’… 채용 미달 사태에도 또 계약직으로 선발
입력 2016-03-28 19:17 수정 2016-03-28 21:33